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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거리/영화랑 드라마

파리넬리(19금), 거세된 남자에게 천상의 목소리가 있었다

by 파란토마토 2008. 1. 29.
영화 파리넬리 포스터

동영상을 재생하시면 파리넬리 주제가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천상의 목소리 파리넬리(Farinelli : Il Castrato, Farinelli the Castrato (1995) 를 아시나요?

조관우가 불러서 유명해진 너무도 아름다운 노래 "울게 하소서"의 주인공입니다.
(원제: 리날도 - Lascia ch'io pianga는 읽을 줄 모릅니다ㅜㅜ 아시면 도와주세요.)


파리넬리는 그 당시 이탈리아에 유행하던
카스트라토 중 가장 유명했던 사람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성대의 순(脣)이 자라지 않아서 소년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가슴과 허파는 성장하여 어른의 힘을 지니기 때문에 맑고 힘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소프라노 또는 앨토 음역의 소리를 낸다.

여성이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던 16∼18세기 유럽에서 교회음악이나 오페라에서 여성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카스트라토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큰 인기를 누렸으나 19세기 들어 교회가 이같은 비인간적 행위를 금지시켰다.


여자 혹은 소년의 목소리+성인 남성의 폐활량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춘기가 되기 전에 거세를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불행인데 청중들은 행복했을 겁니다.

제가 어릴 때 - 지금에 비해서ㅋㅋ- 이 영화를 보았고, 그 당시 저는 청교도적인 결벽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성적인 코드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굉장히 인상 깊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예술영화 치고는 보기 드물게 재밌습니다. 듣는 즐거움도 상당하구요.

솔직히 남자가 성불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이해를 못했고 "자식 좀 없으면 어때? 둘이 사랑하면 입양하면 되지." 이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파리넬리의 괴로움은 전혀 이해를 못하고 봤습니다.

네~네.. 제가 좀 순진.. 퍽~! 아니.. 죄송.. 좀 늦됐습니다.ㅋㅋㅋ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몇 장면만 살짝 보여드릴까요?
기억나는 장면에만 설명을 붙였습니다.

천상의 목소리 파리넬리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는 파리넬리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는 파리넬리...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말에 놀라는 파리넬리

노래를 부르지마 그러면 나처럼 돼. 라는 말을 남기고 투신하는 선배..

두려움에 사로잡힌 소년 파리넬리

난 노래를 부르지 않겠어..... 다짐하는 소년

도망가고 싶은 파리넬리

그 악몽을 벗어나기 위해 마약을 선택합니다

헨델은 그의 노래가 경박하고 저급하다고 경멸합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파리넬리


과거의 성악가들이 지금으로 보면 가수죠. 가수.. 연예인 개념입니다.
피부가 지나치게 희고 입술이 붉은 것은 무대화장이니 이해해주세요.

남의 공연장에서 교양없게 딴짓하다가 파리넬리 목소리에 감동받은 귀부인

이 아줌마는 남의 공연장에서 고상한 척 하면서 차까지 마셔가며 책을 읽습니다. (이럴거면 아예 오지를 말든가.!) 자기는 저런 수준낮은 놀이에는 관심이 없고, 어떤 환경에서도 끝까지 독서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자기가 퀴리부인인줄 아나봐요-_-a)

그 당시에 귀부인들이 파리넬리한테 꺼뻑 넘어갔거든요.

요즘에 아니.. 한창 때에 마이클 잭슨 콘서트에서 여자들이 속옷 벗어서 집어던지고 그랬잖아요.
이 남자가 그 정도로 열광적인 인기를 끄니까 자기가 보기엔 저속하다 이겁니다.

그런데 조용한 가운데 이 아줌마의 찻잔이 딸각~ 소리를 내자 파리넬리가 이 아줌마를 계속 쳐다보면서 초초초고음 울트라 하이 소프라노로 노래를 부릅니다. (파리넬리 중 Ombra Fedele Anch`io) 그 목소리가 어찌나 곱고 아름다운지 고개를 들고 파리넬리를 쳐다보는데 눈이 딱! 마주칩니다.

이게 바로 그 장면입니다. 이 도도한 귀부인도 결국은 파리넬리한테 진 거죠.ㅋㅋ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사는 파리넬리

이 여인도 파리넬리한테 반한 것 같죠??


이 정도로 생긴 남자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노래까지 이렇게 잘 부르고 인기도 많고 명예까지 있다면 여자들 다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잖아요.ㅋ 여자들은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남자한테 약하다고 하니까요~  

우오우~~♪ 내 목소리에 한번 빠져보실라우~

자기 곡에 맞추어서 노래 부르는 동생이 기특한 형


파리넬리의 형은 재능 없는 작곡가입니다. 저도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솔직히 헨델한테 무시당할 만 했습니다.  파리넬리의 고운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서 굉장히 기교를 많이 넣거든요, 그러니 노래에 진정성은 없고 굉장히 시끄럽고 경박스럽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경박스러운 트로트나 섹시한 여가수들의 댄스가요 수준 쯤 될까요.

그러니 파리넬리를 팔아서 먹고 사는 겁니다. 형이 작곡한 노래 밖에 못 부르게 하거든요. 어릴 때 아버지의 욕심으로 거세 당하고 자라서는 형한테 이용당하고..  참 불쌍한 인생입니다.

우와.. 저 아저씨 노래 짱 잘 부른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소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리넬리를 진정으로 사랑해준 여인, 알렉산드라


사랑하는 나의 임이여 (Cara Sposa)를 부르는 파리넬리
개인적으로 울게 하소서보다 더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그를 무시하던 헨델도 목소리에 감동받아서 가발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계속 감동..


실은 헨델도 그의 목소리의 가치를 알았지만 인정하기 싫어했습니다.
파리넬리 때문에 자기 극단이 망할 지경이었거든요.

어릴 때.. 그 순간의 악몽은 계속 떠오르고...

청중들의 엄청난 환호.. 무대가 터질 듯한 함성과 박수소리


어쨋든 마지막에는 절반의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사진 및 영상 출처:  슈베르트와 클래식의 세계


저는 이 목소리에 반해서 시내 레코드점을 다 뒤져서 OST 앨범을 샀습니다. (영화도 히트작이 아니고 우리 동네도 촌동네라서 CD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CD가 지직거리며 튈 정도로 망가졌지만 제게는 정말 소중한 보물입니다. :)

영화 속에서의 파리넬리 목소리는 실제 굉장한 고음을 가진 남자 카운터 테너+여자 소프라노+컴퓨터의 합작품이라고 합니다. 저는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약간 실망했습죠.ㅠ  성악하는 사람들은 이 OST를 싫어하고 무시하더군요. 어떻게 사람 목소리도 아닌 걸 듣고 있냐고요. 하지만... 기계음이라도 아름다운 걸 어떡합니까.?

너무 오래된 영화라서 기억도 희미하고... 리뷰다운 리뷰는 못쓰겠습니다만 음악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쯤 보셔도 후회는 안하실 거에요. 영화가 조금만 지겨우면 졸기 바쁜 저도 참 재미있게 봤거든요. :)




음악을 사랑하는 그대여~
천상의 목소리를 만나러
고고~~~씽^^

덧붙임말.
울게 하소서는 헨델의 곡이며, 파리넬리가 처음으로 기교가 아닌, 진정을 담아 부른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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