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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거리/영화랑 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보는 세조시대 역사, 역사 속의 결말 보기

by 파란토마토 2011. 7. 30.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인 공주의 남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이 드라마는 수양대군이 문종 사후에 계유정란을 일으켜서 충신들을 다 몰살한 후에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에 오르는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종서와 이루지 못할 사랑을 나누는 수양대군의 딸이 주인공이니까 아무래도 수양대군이 가해자로, 그에 따라 김승유(김종서의 막내 아들 - 역사적으로는 손자라고 함.)가 피해자로 나올 가능성이 크겠죠?




어릴 때 읽었던 맹꽁이 서당 등의 만화책에서 나온 이야기가 드라마화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신기한데요.. 그럼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공주의 남자에서는 궁궐에서 먼저 만나는 것으로 나오지만, 두 주인공 김승유와 세령은 금계필담이라는 야사집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계필담에 따르면 수양대군(세조)의 첫째 딸인 세희가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은 아버지에게 반대의견을 강력히 피력하다 미움을 받습니다. 이에 수양대군의 아내인 정희왕후가 유모와 함께 세희를 피난시켰습니다. 시골로 도망을 가던 중 한 총각의 도움을 받게되고 결국 세희와 이 총각은 사랑을 나누며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서로의 숨겨놨던 인생을 털어놓다 깜짝 놀랍니다. 세희가 수양대군의 딸이고 이 남성은 할아버지 김종서가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할 당시 천신만고 끝에 도망, 시골에 숨어살게 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원수의 집안의 자녀가 결혼을 하게된 것이지요.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를 털어버리고 사랑을 키워나갔으며 수양대군이 이들을 찾으려하자 굴 속으로 들어가 평생을 지냈다는 설화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정사에는 기록된 바 없습니다. 수많은 설화와 민담이 담긴 금계필담 속 이야기로 존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세희공주나 김종서의 손자 역시 실존 인물인지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정사엔 세희공주나 김종서의 손자에 대한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세조가 김종서에게 멸문지화에 가까운 벌을 준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김종서의 직계 후손들이 쉽게 살아남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 단종실록 8권에 따르면 김종서 등 계유정난에 관계된 자들의 아비와 자식으로 나이 16세 이상인 자는 영원히 변군 관노에 붙이고 나이 15세 이하인자 모녀 처첩 조손 형제 자매 처첩은 영구히 외방관노에 붙였다. 또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대신들이나 절에 나눠주었습니다.

(이 명단을 보면 수양대군이 얼마나 철저히 자기 반대파 세력을 핍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단종실록 9권엔 따르면 이들에 대한 핍박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종서 등의 친자로서 나이 16세 이상은 교형에 처하고 15세 이하는 어미를 따라 자라게 해 성년이 된 후 관노로 영속시킬 것을 명했습니다. 사실상 16세 이상의 자식은 죽임을 당했고 어린 아이도 노비로 전락한 셈이요. 이 뿐 아니다. 집안의 여성은 모두 노비로 삼아 대신들의 집에 나눠주었습니다.




하지만 재미난 부분은 세조 말년인데요, 금계필담 속 에피소드에 따르면 말년이 된 세조(수양대군)은 우연히 세희공주를 만난 후 과거를 후회하며 세희공주에게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물론 세희공주와 김종서의 손자가 이를 피해 굴로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는 것이 결말이지만 세조의 태도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사도 비슷합니다. 세조는 말년 김종서 등 계유정난 적신들에 대해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조34권에 따르면 김종서 등의 숙질을 편한 곳에 거주하도록 했고, 또한 고신(告身)을 모두 돌려주라고 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세조실록 47권엔 아예 계유정난에 관련된 자들의 친인척을 모두 방면토록 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실록에 따르면 계유년 이래 난신의 숙질과 자매의 연좌자 무릇 2백여 인을 의논해 방면했습니다.


물론 정사 속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딸의 사랑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이들이 실존인물인지도 의아한 부분이 많구요. 왕이 화장실에 가는 소소한 일상까지 모두 적어놓은 조선왕조실록이 공주의 실존을 적지 않을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왕이 조선왕조실록을 보는 것 조차 금기시되고 불가능했던 당시 현실을 봤을 때 왕의 명령으로 공주의 존재가 지워졌을 가능성도 없다고 크지는 않다고 보아야 합니다. 세조가 말년에 계유정난에 관련된 자들을 보다듬는 행태를 보인 것이 민담 설화화 된 것일 가능성도 큽니다.

(해피엔딩, 권선징악을 바라는 백성들의 바램이 투영된 것이라고 할까요?)




비극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주의 남자 포스터

비극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주의 남자 포스터


정사와 야사를 잘 버무린 재미있는 드라마가 모처럼 나오는 것일까요? 사극을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을 위해서 아무쪼록 이 드라마가 너무 사랑놀음에 빠지지 않고 재미있게 잘 흘러 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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