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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거리/먹고 듣고 보자!

정일우 보그걸 매거진 인터뷰


vogue girl(이하 V.G.) 알고 있어요?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만남이에요.

정일우
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세어봤거든요. 그것도 1년 동안 네 번이라니 정말 기분 좋은데요. 흔치 않은 것, 맞죠?

V.G. 게다가 지금은 도쿄 한복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더욱 남다를 테죠. 도쿄는 마음에 드나요?

정일우
아, 정말 도쿄에 오고 싶었어요. 본토의 초밥과 우동도 맛보고 싶었고, 그렇게 스타일리시하다는 일본 젊은이들의 패션도 궁금했거든요.

V.G. 당신이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걸 이젠 다들 알잖아요. 아까도 록폰기 힐즈 내 서점, 츠타야에서 을 구입하던데.
정일우 원래 남자 잡지는 꾸준히 봤어요. ‘하이킥’ 시작한 이후로 매달 챙겨 보진 못했지만. 도쿄에 오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도 일본 영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레이블을 선보이는 작은 숍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어제 갔던 하라주쿠의 우라하라에서 신이 났었죠. 티셔츠도 사고, 진 팬츠도 구입했죠. 다이칸야마에서는 맘에 드는 블랙 가죽 재킷도 하나 샀어요. 아오야마 골목의
10 꼬르소 꼬모에서 맘에 들었던 건 꼼므 데 가르송 티셔츠와 알렉산더 맥퀸 재킷!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려서 고민 중이에요.

V.G. 패션만큼이나 피부 관리도 남다른가 봐요. 이렇게 가까이 봐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걸요.
정일우 전혀요. 연예인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관리 안 하는 편이죠.
피부 관리는 4개월 만에 한 번 하는 정도고요. 왠지 시작하면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원래 좀 산만한 편이어서 작은 룸 안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건 못 참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V.G. 국내에서는 주위의 시선 탓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고 다니던 배우들도 외국에서는 한결 느슨해지던데, 당신은 왠지 한국에서 볼 때보다 더 각별히 신경 쓰는 듯해요.
정일우 어렸을 때부터 워낙 꾸미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도 머리에 무스를 바르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 않았으니까. 파마나 염색을 너무 많이 해봐서 이제는 머리하고 메이크업하는 게 귀찮아요. 한국에서 촬영장 다닐 때는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는 걸요. 그런데 유독 해외에 오면 더 긴장하게 돼요. 작년에 유럽 갔을 때 배낭여행객들에게 사진을 너무 많이 찍혀서 그런가, 하하. 얼마 전에 누나가 있는 상하이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서 당황했어요. 심지어 중국인들도. 사실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단정하게 하고 다니는 건 배우로서의 기본 자세이자 팬들을 위한 예의인 것 같아요.


V.G. 해외에서조차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직업이라니, 그렇게 연예인으로 사는 삶이 힘겨웠던 적은 없었나요?
정일우 인간 관계죠.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내뱉는 말들. 그리고 내가 신인일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하니까 목적을 가진 채 다가오는 사람들. 그런 가식적인 관계들은 아직도 적응이 안 돼요. 그 외에 작은 문제들은 지칠 만큼 힘들진 않아요. 그런 불평하긴 이르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아직은 즐겁거든요. 굳이 꼽자면 놀이공원을 못 간다는 것(웃음)? 예전에는 1년에 적어도 세 번은 갔거든요. 무서운 놀이기구 타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바이킹 맨 뒷자리에서 몰래 일어나는 건 기본이고요. 번지 점프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올해는 꼭 해보고 싶어요.

V.G. 첫 작품인 <조용한 세상>을 지금 보면 기분이 어떤가요? 불과 1년 전이지만 그 사이 너무 많은 게 바뀌었잖아요.
정일우 순수하기도, 동시에 무모하기도 했죠. 무모함이 보여서 부끄럽다가도 한편으로는 앞뒤 안 가렸던 열정이 그립기도 해요. 지금도 신인의 자세로 임하고는 있지만, 정말 첫 작품이기에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정들이 있잖아요.

V.G. 최근작인 <내 사랑>을 촬영하다 보니 그때와 달라진 자신을 느낀 건가요?
정일우 그렇죠. 게다가 이번에는 연기를 좀 계산적으로 했어요. 상대 배우와의 리액션과 시선 처리부터 의상까지 일일이 말이죠. 그런데 개봉한 후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별로 안 좋더라고요. 캐릭터와 잘 맞는다는 칭찬도 듣긴 했는데,
내 눈에는 계산한 부분이 다 어색하게만 보였어요. 상황 설정을 하니까 연기도 계산적으로 하게 되고, 아직 경력이 많지 않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거기에
더 얽매이게 되더라고요. 좀더 편안해져도 될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V.G. 다른 스타일의 연기에 도전한 까닭은 뭔가요?
정일우 매 작품마다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내가 연기한 지우가 남다른 캐릭터도 아니었고, 옴니버스 영화라 개인 분량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연기의 변화를 보여주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는 물론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까지 최대한 살리고 싶은 마음이 든 거죠. 평범한 복학생을 표현하기 위해 화이트 셔츠에 치노 팬츠를 입거나 머리도 멋 안 부리고 짧게 자르고 살도 좀 찌우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원래 촬영하는 동안은 살이 찔까 조심하는 편인데 덕분에 이번엔 맘 놓고 먹었어요.


V.G. 변화를 얘기하고는 있지만 배역 자체는 이전 캐릭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어요.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요?
정일우 그 안전함이 비중을 얘기하는 거라면 맞고요, 캐릭터를 얘기하는 거라면 좀 달라요. 내게 주연은 아직 섣부른 얘기 같아요. 아직 모험을 하고 싶진 않거든요. ‘하이킥’이란 작품과 캐릭터가 좋아서 주목받은 것뿐이지, 개인적인 역량을 보여드릴 기회는 아직 없었잖아요. 좀더 자라고 단단해지면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고 싶어요. 캐릭터 면에서는… 음, 나 역시 한때는 학생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남자다운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역할은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더 나이 들어서 교복 입으면 아무래도 어색하잖아요. 지금의 얼굴과 나이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분명 있을 텐데 자꾸만 그걸 벗어나려고만 하는 것도 우습고요.
난 모든 변화가 자연스럽길 바랄 뿐이에요.

V.G. 변한다는 게 늘 나쁜 것만은 아니죠. 시간이 흐르면서 변했으면 하는 부분은 뭔가요?
정일우 요 즘 느끼는 건데 얼굴 골격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이왕이면 좀더 남자답게 선도 굵어지고 눈빛도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더. 평소에는 괜찮은데 촬영할 때는 성격이 굉장히 예민해지거든요. 시간 약속에 민감한 편인데 스태프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촬영할 옷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불편한 마음을 감추질 못하죠. 성격이 좀더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팽팽한 성격에 나 자신이 힘들어질 때가 있어서.

(V.G. 완벽주의자군요?) 하하, 인정해요. 완벽주의자.

V.G. 요즘은 짧은 휴식기에 돌입했잖아요. 완벽주의자의 한가한 일상은 어떤가요?
정일우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든든히 먹고 피트니스 센터 가서 1시간 반 정도 운동하는 일정은 매일 반복하고 있고요. 그 후에는 조금씩 다르죠. 지인들 만나서 조언도 듣고 술도 한잔 마시고. 요즘 술 마시는 날이 늘었어요. 맥주 한두 잔은 매일 마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 없는 평일 낮에 혼자 극장도 자주 가고요.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도 읽기 시작했어요. 아, 요즘 가장 꽂힌 건 만화책! 얼마 전에 대형 서점 가서 30만원어치 구입해서 집에 쌓아놓고 봐요. 특히 <터치>라는 야구 만화책을 <조용한 세상>의 조의석 감독님이 추천해주셔서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매 컷이 영화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어서 연기에도 도움이 되고요. 좀더 많은 시간이 허락된다면, 3개월 정도라도
어학 연수를 다녀오고 싶어요. 언제 갈지는 모르지만 갈 곳은 이미 정했어요. 캠브리지! 영국식 영어를 배우고 싶거든요.

에디터 : 정윤주 
스타일리스트 : 김봉법 
헤어 & 메이크업 : 공탄



- 자세한 내용은 <보그 걸> 3월호에서 확인하세요!
- 출처 :
www.voguegir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