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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거리/먹고 듣고 보자!

김연아 - 텐아시아: 김연아 [펌]

by 파란토마토 2009. 10. 27.

2009.10.26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김연아 : 피겨 스케이팅의 토탈 패키지, 2009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점수 우승, 수많은 CF, 대한민국의 아이콘, 아이돌 스타의 매력을 가진 스케이터, 피겨스케이팅 한일전, 한국 피겨 문화를 바꿔버린 혁명의 아이. 그러나 “난 그저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김연아, IFS매거진과의 인터뷰) 지금 우리가 해야할 건 그저 이 젊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박미희 : 김연아의 어머니. 김연아가 동계 올림픽 중계를 본 뒤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 김연아가 “전공”이 됐고, “연애할 때 보다 뜨겁게 연아에게 헌신”했다. 하루 평균 5시간, 1년 300일 이상 되는 훈련을 김연아와 소화했고, 김연아에게 맞는 피겨 스케이팅 부츠를 찾기 위해 스스로 부츠를 분해, 조립했다. 한 때는 부츠의 균형을 잡기 위해 책받침을 오려 스케이트 중심을 잡았을 정도. 또한 박미희는 김연아가 훈련장을 오가는 시간에 영어 교재를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김연아에 관한 이슈가 있을 때 인터넷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대변인 역할도 한다. 하지만 박미희가 김연아에게 미친 영향은 “기술의 완성도라는 눈앞의 결과”를 쫓는 대신 김연아가 하고 싶은 피겨스케이팅을 하도록 최대한 배려했다는 사실 자체일 듯. 어머니가 주는 이 정신적 안정이 김연아가 어린 시절 자신의 피겨스케이팅에 직접 점수를 매기며 즐거워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김세열 : 2002년부터 김연아를 가르쳤던 코치. 김연아의 주니어 시절 표정 연기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세열은 김연아가 부츠 문제와 부상 등으로 피겨 스케이팅을 그만두려고 할 때 캐나다 전지훈련을 주선, 지금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와 안무가 데이빗 윌슨을 만나도록 했다. 또한 어린 시절 김연아를 가르친 류종현과 신혜숙은 철저하게 정석대로 점프를 가르쳐 김연아가 지금 ‘점프의 교과서’라는 말을 듣는데 기반을 마련했다. 또 다른 코치인 지현정이 김연아를 가르칠 때 김연아는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된 선수”였다고. 김연아의 주니어 시절 코치들과 동료들에 따르면 김연아는 “하고 싶은 기술이 안 되면 소리를 지르고 울지만, 울면서도 점프를 뛰는” 아이였다.

브라이언 오서 : 현재 김연아의 코치. 선수 시절 예술적인 연기로 유명한 선수였고, 은퇴 뒤 아이스 쇼를 하던 중 “쭈뼛쭈뼛한 태도에 치아는 교정 중인데다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고, 팔 다리가 길기만 하지 컨트롤을 제대로 못하는 상태”의 김연아가 무대에 올라 자신을 감격시키는 스케이터가 되자 그의 코치가 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스스로 “연아 광팬”이라 말하며 김연아에게 동기 부여를 위해 그가 연기를 하는 동안 동작들을 따라하는 코치가 됐다. 특히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가 보여줄 피겨스케이팅의 방향을 설정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브라이언 오서는 “처음 만났을 때 거의 화난 사람 같은 얼굴”로 연기를 하던 김연아에게서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끌어냈고, 그가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도록 했다. 또한 자신의 선수 시절 별명이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갖고 있는 기술로도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며 김연아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완벽하게 다듬는데 노력했다. 그 결과는 알다시피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점수 기록. 그리고 지금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가) 인간으로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 고민”하며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데이빗 윌슨 : 김연아의 안무가. 아이스쇼 단원으로 활동하던 브라이언 오서가 실의에 빠져 있을 당시 데이빗 윌슨의 안무를 만나면서 삶에 새로운 활력을 얻었고, 그 인연으로 김연아와도 함께 하고 있다. 애초에 경쟁보다는 피겨스케이팅의 예술성에 관심이 많던 데이빗 윌슨은 미국의 유명한 안무가 사라 가와하라와 함께 일하며 피겨 스케이팅에 새롭게 눈떴고, 이후 예술성과 표현력에 중점을 둔 안무를 짰다. 물론 그의 정점은 김연아의 ‘연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김연아의 안무들. 특히 데이빗 윌슨이 “모두에게 예술성을 지니면서 스케이팅의 정직성, 복잡성을 유지하게끔 장려한다”고 말하는 신채점제는 그의 안무에 유리했다. 어린 시절 김연아가 몸에 익힌 정확한 기술이 그것을 가장 예술적으로 소화시킬 안무가를 만나며 극대화 된 것. 김연아는 자신의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피겨는 기록 경기가 아니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 능력이 있느냐를 따지는 경기다. 기록보다는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다 마오 : 한 때는 김연아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별로 안 했던” 선수였고, 한 때는 라이벌이었으며, 최근에는 김연아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동안 그랑프리 파이널에 오르지 못하는 등 슬럼프를 겪고 있다. 이런 결과는 최근 컨디션이나 자기 관리의 문제도 있겠지만, 피겨 스케이팅에서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 두 사람의 모습에서 판가름 난 부분이 크다. 김연아는 어린 시절부터 익힌 정확한 점프 자세에 점프 전에도 좀처럼 속도가 줄지 않는 빠른 스피드로 높고 긴 점프를 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해 다양한 기술을 정확하게 구사하는데 집중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채점 기준이 보다 점프의 정확성을 따지게 된 이후 더욱 트리플 악셀을 강조하는 안무를 선보였지만, 오히려 갈수록 김연아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이제 김연아에게 트리플 악셀을 강조하는 경우는 없다. 어쩌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현재는 피겨스케이팅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피겨스케이팅의 천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아사다 마오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정준하 : 올해 MBC <무한도전>에서 김연아의 CF를 패러디 한 ‘정준연아’. 모두가 알고 있든 김연아는 많은 CF에 출연했고, 그가 선곡한 음반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금 김연아는 단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아닌 ‘슈퍼스타’다. 이는 김연아의 독특한 스타성 때문. 그는 어린 나이에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장한 소녀’지만 은반뿐만 아니라 CF와 무대 위에서도 잘 놀 줄 아는 아이돌 스타 같기도 하다. “누군가를 이기려고 경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을 완성하려고”한다는 ‘피겨 도인 김선생’의 내면과 트위터에 자신의 ‘멍연아’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만 열아홉의 발랄함이 공존하는 셈. 여기에 ‘죽음의 무도’와 ‘본드걸’은 대학생이 된 김연아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과거 김연아의 CF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강조한 경우가 많은 반면, 최근에는 핸드폰 CF처럼 김연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가 많은 것은 대중이 지금 김연아에게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지금 ‘국가대표’ 김연아가 아니라 무대 안 팎에서 세상 시름을 다 잊게 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김연아에게 빠진 건지도 모른다.

김나영 : 피겨 스케이팅 선수. 피겨 스케이팅 팬들의 도움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중 하나인 컵 오브 러시아에 출전할 수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 팬들이 자발적으로 러시아 빙상연맹과 연락해 한 선수의 출전권에 영향을 미친 것은 ‘김연아 등장 이후’의 변화를 보여준다. 피겨 스케이팅 팬들은 단지 김연아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피겨 스케이팅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대중이 피겨 스케이팅에 더욱 디테일한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사다 마오, 트리플 악셀, 올림픽 금메달’같은 단어들이 전부 같았던 피겨 스케이팅이 이젠 일반 언론에서도 각종 채점 기준을 설명하고, 김연아의 예술성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 대중에게 국위선양을 위한 경쟁을 넘어 순수한 감상의 영역에 들어선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에게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대모 비앙게티가 김연아의 2009년 세계 선수권 무대를 보고 “내가 몇 년 동안이나 보고 싶었던 예술적인 감동을 느끼게 해줬다”는 ‘예술가’ 김연아의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미쉘 콴 : 김연아가 좋아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올해 김연아와 함께 아이스 쇼에 섰다. 현역 선수 시절 예술적인 안무로 명성이 높았던 미쉘 콴은 2009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미국 NBC의 해설을 하며 김연아를 “10점 앞선 선수가 아니라 10점 뒤져 쫓아가는 자세를 가진 선수”라고 말하고, “역사에 남을 명연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미쉘 콴의 해설은 지금 김연아의 위치를 보여준다. 그는 지금 경쟁이 아닌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현실을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기적을 보고 있다.

본드걸 : 김연아가 올 시즌 새롭게 보여준 안무, 혹은 캐릭터의 이름. ‘본드걸’은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의 또다른 절정이다. 김연아는 하체 근육을 보다 발달시키면서 부상에서 탈출,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자신의 기술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서 더욱 성숙하고 폭 넓은 감정을 표현한다. ‘본드걸’에서 김연아가 관객을 감동시키는 순간은 단지 멋진 점프를 보여줄 때가 아니라, 우아하게 긴 팔을 벌리거나, 다리를 쓸어내리며 짓는 표정을 볼 때일 수도 있다. 이는 김연아에게 발레를 가르쳐 준 발레리나 이블린 하트가 “(발레를 통해) 김연아의 스케이팅의 감정적인 면과 해석력을 풍부하게 하고 싶다”고 말하던 그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술, 예술성, 마인드를 모드 갖춘 이 토털 패키지의 전성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피겨스케이팅은 전성기가 매우 짧은 종목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해야할 건 김연아에 대한 열광이나 걱정 같은 것이 아니다. 일단, 감상해라. 그리고 박수를 쳐라. 그것이 이 젊은 예술가에게 해야할 첫 번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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