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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소개 - 불사이군의 충절을 노래한 시조 세 편. (수양산 바라보며~, 이 몸이 주거가서~, 이 몸이 죽고 죽어~)

by 파란토마토 2011. 7. 29.

수양산 바라보며 ~                      - 성삼문 -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거신들 긔 뉘 따헤 낫다니.
                                            
                                      <청구영언, 해동가요,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 수양산을 바라보며 백이와 숙제 그들을 한하노라(원망하노라).
  • 차라리 굶어 죽을지언정 고사리를 캐먹었다는 것인가?
  • 비록 푸성귀일지라도 그것이 누구의 땅에 생겨난 것인가? (주나라의 땅에 난 것이 아니던가?)

 [창작 배경]

어린 조카 단종을 밀어 내고 자신이 왕좌에 오른 세조에게서 정국공신(靖國功臣)의 호까지 받은
성삼문이었으나, 의롭지 않은 것을 부끄럽게 여겨 세조의 녹도 먹지 않았다.

이런 심정을 백이와 숙제의 고사에 얽힌 이야기에 비유하여 읊조린 시조이다.

 [이해와 감상]

 한결같이 충신으로 떠받드는 중국의 백이와 숙제를 오히려 원망하면서,
작자 자신의 곧은 충의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세조 아래에서 단종을 향한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굳게 지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 수양산 - 수양대군

    * 채미 - 수양대군이 내리는 녹봉

 [정리]

 ◆ 성격 : 평시조, 고시조, 절의가(節義歌), 충의가(忠義歌)

 ◆ 표현 : 은유법, 중의법, 풍유법(백이와 숙제의 고사 인용)

 ◆ 주제 : 굳은 절의와 지조

 [참고]

 ※ 백이와 숙제를 변호라도 하는 듯한 주의식(朱義植)의 시조

      " 주려 죽으려 하고 수양산에 들었거니

        현마 고사리를 먹으려 캐었으랴

        물성이 굽은 줄 미워 펴보려고 캠이라. "

         ( 굶어 죽으려고 수양산에 들어갔는데  /  설마 그 고사리를 먹으려고 캐었겠는가  /  

           고사리의 성질이 꼬부라진 것이 미워서 펴보려고 캐었느니라.)




이 몸이 주거 가셔 ~                             - 성삼문 -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까 생각하니
  • 봉래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서 있는 낙락장송이 되어서
  • 흰 눈으로 천지가 덮여 있을 때 혼자 푸르디 푸르게 살아 있으리라.

 [창작 배경]

 작자는 문종의 고명(顧命)을 받은 충신으로,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빼앗는 정변에 대하여 비분강개하여 사육신으로서 단종 복위에 힘쓰고 있을 무렵에 우의적으로 읊은 시조이다.

 [이해와 감상]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서 처형장에 끌려갈 때에 불렀다는 노래로, 단종 임금에 대한 불타는 충성시을 읊은 것이다. 죽어서 저승에 가서라도 충성을 다하겠다는 굳은 절개와 꿋꿋한 성품이 더욱 돋보인다.

'낙락장송'은 자신의 굳은 결의를 표현한 것이며, 종장의 '백설이 만건곤할 제'는 추위에 모든 초목이 다 시들어 버렸을 때를 뜻하기도 하지만, 세조의 불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세상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낙락장송'과 '백설'은 서로 색채적인 대조를 이루는 상징어이며, 종장의 '독야청청'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막다른 골목에 선 극한의 상황에서 뱃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울분과 반항이 담긴 힘이 있는 노래이다. 세상을 굽어보는 푸른소나무의 높은 지조로 살아가겠다는 작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 봉래산 → 발해 가운데에 있다고 전하는 삼신산의 하나. 삼신산이란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인데, 우리 나라의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이른다고도 한다. 삼신산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으며 불로초가 있다 하여 중국의 진시황이 그것을 구하려고 동남동녀 3,000명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 낙락장송 → 가지가 축축 늘어진 키가 큰 정정한 소나무

     * 독야청청 → 나 홀로 푸릇푸릇.  절개의 꿋꿋함을 의미함.

 [정리]

 성격 : 평시조, 절의가(節義歌)

 표현 : 상징적 표현, 결의에 찬 어조

 주제 : 굳은 절개와 결의. 임금에 대한 충절






이 몸이 주거 주거  ~                        - 정몽주 -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 이 몸이 죽고 또 죽어 백 번을 되풀이 해서 죽어서
  • 백골이 티끌과 흙이 되어 영혼이 있거나 말거나
  • 임(고려 왕조)을 향한 일편단심의 충성심만은 변할 줄이 있겠는가?

 [창작 배경]

 이성계가 역성 혁명을 추진하고 있을 때, 고려 충신인 포은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려고 이방원이 <하여가>를 그에게 보냈으나, 정몽주는 그것에 대한 화답가로서 이 <단심가>를 지어서 읊었다고 한다.

 [이해와 감상]

 이미 기울어가고 있던 고려 왕조이지만 끝까지 굳은 결의를 지키려는 유학자의 자세가 나타나고 있는 작품이다. '죽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그야말로 가혹하리만큼 냉철한 결단이다. 한 번밖에 없는 죽음을 백 번을 되풀이 해도, 한 번 굳힌 마음에는 털끝만큼도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복법과 점층법을 써서 그 어떠한 것에도 굴하지 않을 충절을 다짐하고 또 다짐함으로써, 고려왕조에 대한 일편단심에 대한 단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느 한 구석에도 타협의 여지가 없는, 변함없는 충절을 노래한 시조로서, 500년을 내려오면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지고 있는 불후의 작품이다.

 [정리]

 성격 : 평시조, 단심가, 절의가

 표현 : 반복법, 점층법, 과장법, 설의법, 영탄법

 주제 : 고려왕조에 대한 충절(일편단심)

 □ 참고 :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 대한 화답 시조




충성스러운 신하, 또는 충절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시조 세 편인데 모두 내가 학창시절부터 참 좋아해서 외우고 있는 시조들이다. 어쩜 이렇게 멋있게 써내려왔는지.. 우리 선조들은 참 글재주도 좋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