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을 거리/재미있는 역사

[펌] 조선판 마녀사냥, 장희빈의 고정관념

by 파란토마토 2007. 11. 9.
[조선판 마녀사냥] '장희빈' 악독한 장희빈과 후덕한 인현왕후 :

초기 영화속의 고정관념장희빈은 악녀와 요부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장희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사극<장희빈>이 거듭 만들어 지면서 사람들의 머리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장희빈역을 한 연기자는 악독함과 섹시함을 무기로 인기를 누렸다, 장희빈은 김지미, 남정임과 같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연기했다. 윤여정, 이미숙, 전인화, 정선경은 장희빈을 연기 한 뒤 스타로 발돋음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눈가가 매섭게 보이게 화장을 하면서 악녀 장희빈을 열연했다.


장희빈이 악독하면 할수록 시청자의 눈총을 받았으며, 사극의 인기는 높아졌다. 가장 최근에 장희빈을 연기한 김혜수는 잘못된 캐스팅이라는 뒷말을 듣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선량한 눈매와 둥근 얼굴형이 약녀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장희빈은 악녀의 전형으로 그 이미지가고정되어있었다.

초기영화에 나타난 장희빈의 이미지는 사악함과 요염함 그 자체였다. 영화속 장희빈은 빼어난 미모로 숙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궁궐의 나인이 일약 왕의 여자가 된 것은 몽땅 요염한 아름다움 때문 이었다. 장희빈은 아양과 교태로 임금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상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자 오만방자해 졌다.

후궁에 봉해지고 왕자를 나은뒤에는 교만이 하늘을 찔렀다. 사람됨이 간사하고 악독한 장희빈은 계략을 꾸며 인현왕후를 궁지에 몰았다. 짚 인형에 화살을 꽂아 중전을 장자했던 장희빈은 도리어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임금 앞에서 거짓 눈물을 흘렀다. "소인이 세자를 나은 뒤부터 투기해 숫제 생사람을 잡으려 하옵니다. 함정에 빠진 소인을 꼭 살려 주시어요!" 울음 섞인 장희빈의 애원에 임금의 마음이 흔들렸다. 끝내 숙종은 인현왕후를 의심했고 덕을 잃은 죄를 물어 궁궐에서 내쫓았다. 이렇게 영화속 장희빈은 죄없는 중전을 폐위시키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요사스런 인물로 그려졌다.

장희빈은 왕후가 떠난 빈 자리를 독차지 했다. 왕비로 책봉되어 중전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 뒤에도 악독한 성정은 변하지 않았다. 장희빈은 승은을 입은 궁인이 있다는 말에 분을 참지 못해, 중궁전 뒤뜰에 최무수리를 불러 모진 형벌을 가했다.
시기와 질투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한 채 머리채를 붙잡고 뺨을 때리며 채찍질을 햇다. 상감의 사랑을 가로챘다는 생각에 분노가 폭팔했다. 때마침 임금에 중궁전을 찾았다가 피투성이가 된 최무수리를 보고 장희빈의 악독함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장희빈은 아랑곳하지았고 임금을 향해 소리쳤다. "아셨거든 앞으로는 시앗을 보지 마시어요. 내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그 꼴은 못봅니다!" 장희빈은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장희빈이 악독한 성품이 들어나자 숙종은 인현왕후를 복위 시키기에 이른다.

하지만 장희빈은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앙심을 품고 인현왕후를 살해하기 위해 신당을 차리고 무당을 불러 굿을 했다, 화려한 색깔의 비단으로 신당을 장식하고 왕후가 죽기를 빌었다.

마침내 장희빈의 저주로 인현왕후가 죽게 되었다, 하지만 장희빈의 요망한 계책이 발각되자 숙종은 크게 분노했다,
장희빈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진하라는 명을 받았다. 장희빈은 사약을 받아들고 소복차림을 한 채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상감을 독차지하기 위해 못하는 일이 없던 장옥정은 처참한 죽음으로 생을 마치고 말았다.

그러면 장희빈은 사극에 그려진 대로 정말 악녀였을까?

사극 <장희빈>에서는 장희빈의 타고난 성품이 사악했다고 보았다. 개인적인 성정에 주목해 표독스러운 장희빈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을 뿐 장희빈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주변의 사정이나 시대적인 배경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영화 속 장희빈은 가난한 집안으로 배운 것이 없고 덕이 부족했다.
따라서 거친 성정을 타고나서 요약을 일삼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처럼 개인의 선천적인 품성을 강조하다 보니 초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모호한 사극 영화가 만들어 짐으로서 장희빈이 살던 시대와 사회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옛날 옛적 마음씨 나쁜 여인 한사람이 궐에 들어와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역사 드라마는 등장인물을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과 더불어 역사적인 임무로 표현해야 하지만 사극 장희빈은 시대적인 배경에 크게 주목하지 않은 나머지 장희빈을 사악한 악녀 이미지로 그려 버렸다.

반면에 영화 속에서 악녀 장희빈에 맞서는 인현왕후는 항상 어질고 후덕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또한 비련의 국모인 인현왕후는 전통적인 인고의 여성상으로 나타났다. 인현왕후역을 맡은 연기자들은 항상 가날픈 목소리와  가련한 모습을 표현했다. 순종적인 이미지의 인현왕후는 김동원 김민정 이혜숙 등이 연기했다.

인현왕후는 궁궐에서쫓겨난 궁인 장옥정을 다시 입궐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당시 장옥정은 숙종의 승은을 입은뒤 명성왕후의 의해 궐 밖으로 쫓겨난 상태였다.
왕후는 장희빈을 그리워하는 숙종의 마음을 헤아렸다.

 "무슨 수를 쓰든 만나게 해 드리겠어요."

어질고 착한 왕후의 천성은 시기나 질투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임금이 총애하는 궁인 장옥정을 입궐하도록 했다. 장차 장희빈 때문에 궁지에 빠질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뒤 장희빈이 왕자를 낳자 인현왕후의 지위는 크게 흔들렸다. 장희빈은 지난날의 은혜를 오히려 원수로 갚앗다. 인현왕후는 덕성을 베풀다가 장희빈의 계략에 바졌던 것이다.

1970년에 방송된 엠비씨 일일연속극 <장희빈> 에서는 불쌍한 인현왕후를 구하려는 헤프닝도 있었다,

그 결과  인현왕후는 원래 계획보다 한 달이나 늦게 궐문을 나셨다, 그사이 장희빈의 악독함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장희빈 역의 윤여정은 길거리에서 몰매를 맞기도 하고, 광고 모델 계약이 파기 당하는 수난까지 겪었다. 연속극은 1위를 달리면서 시청자들의 사랑과 미움을 한꺼번에 받았다.

이처럼 인현왕후가 불쌍하면 할수록, 장희빈이 표독하면 할수록, 사극의 인기는 더 높았다.
폐비시절에도 왕후는 참고 기다리며 고단한 나날을 모냈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다. 참고 또 참음으로써 인고의 상징이 되었고 그 기다림을 헛되지 않았다,

그녀는 국모의 자리를 다시 되찾은 뒤에도 장희빈에게 복수하려는 뜻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장희빈의 아들을 생각해 장희빈에게 죄를 내리지 말라고 하면서 그녀를 도리어 감쌌다. 장희빈의 저주로 병든 인현왕후는 착한심성을 간직한 채 죽음을 맞았다. 왕후의 슬픈 죽음은 연약하고 가련한 이미지를 더욱 밫나게 했다.


그러나 과연 인현왕후는 한없이 어질고 착한기만 한 사람이었을까?

영화속 인현왕후는 당장 폐비가 될 위기에 빠져서도 자신의 결백을 밝히지 않고, 그저 말없이 기다리기만했다고 한다. 그리고 복위한 뒤에도 장희빈에게 큰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원수를 사랑으로 감싸는 온화한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현왕후는 천사나 성녀였을 것이다.

그러면 인현왕후는 진짜 천사였을까? 혹, 보통사람이었던 인현왕후를 천사로 치장했던 것은 아닐까?

인현왕후가 천사 이미지를 갖게된 것은 그가 명문가 출신이기 때문에 따라서 착한 성품을 타고 났다는 기록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사극 장희빈을 만드는 데 대본이 될 만한 역사적 기록으로는 [숙종실록]과 [연려실기술], 그리고 [인현왕후전]인 대표적이다.

장희빈을 누르고 마지막 승자가 되었던 인현왕후는 많은 기록에서 칭송을 받았다.
특히 [인현왕후전]의 내용은 인현왕후를 지나치게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이책은 인현왕후의 덕행을 기리기 위해 기록된 것이다. 이 글은 정조때 어느 궁녀가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록 했다고 하기도 하고, 인현왕후 곁에서 모시던 궁인이 옛일을 회상하며 기록했다고도 한다. 어느 것이 사실이든 [인현왕후전]은 적어도 인현왕후의 편에서 있었던 사람을 썻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인현왕후전]의 내용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 들인다면 인현왕후는 천사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현왕후는 천사로 태어난게 아니라 천사로 만들어 진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어느 궁인이 장희빈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쓴 [희빈 장씨전]이 있다고 치자. 책 속의 장희빈은 여러 궁인들의 우러럼을 받는 왕비였을 것이고, 아름다운 자태와 영민한 두뇌로 숙종을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희빈장씨전] 따위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장희빈이 악녀라는 틀 속에 갇혀 있는 것은, 그녀의 편에서 다룬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애환을 전할 수 있는 기록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슬픔이다.
이처럼 지금 남아 있는 기록을 그대로 따른다면 인현왕후는 착한여자의 전형이 될 것이다.

역사 기록이 과거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 기록에 대한 비판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극속 인현왕후는 한결같이 착한 성품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비판적으로 읽고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초기의 영화 <장희빈>에서는 도덕적인 기준을 내세워 역사적 인물을 평가했다.  도덕적인 선과 악, 옳음과 그름을 기준으로 삼아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삶을 비추었다. 그 결과 장희빈은 사악하고 표독스런 악녀로 인현왕후는 착하고 어진 천사로 태어났다.


※예전에 미니홈피에 혼자 보려고 지식인(??) 같은 곳에서 퍼온 거라서 정확한 출처를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문제되면 삭제하겠습니다.



관련글
역대 사극 속의 장희빈
장희빈 VS 장녹수 - 그녀들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조선시대 당쟁 주요사건
조선시대 당쟁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