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플립은 반 바퀴를 돌아 추진력을 얻은 뒤, 뛰어오르는 기술입니다. 오른팔을 뒤로 뻗어 준비를 하고, 오른쪽 날 앞부분을 찍어 도약합니다. 세 바퀴를 돈 뒤 오른발로 착빙. 김연아는 빠른 스피드로 누구보다 높이 뛰고, 몸의 중심 근육이 좋아 회전력도 탁월합니다. 상체와 하체의 균형도 완벽합니다.
문제는 뛰는 순간 스케이트 날에 있습니다. 안쪽 날로 뛰어야 하는데, 이것이 약간 바깥으로 밀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0.2점이 깎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가산점을 1.9점이나 받았습니다.
똑같은 점프에서 2점 넘게 차이가 났다는 얘기인데, 한 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왼쪽이 감점을 받은 점프입니다. 카메라 각도 때문에 바깥 날 사용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구두의 각도는 정확히 일치합니다. 느린 그림으로 비교해도 도저히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점프를 촬영한 프레임 수마저 같습니다.
늘 한 결같이 오차가 없다는 얘기. 김연아의 점프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박한, 현미경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연아가 지금까지 트리플 플립을 단독으로 뛰어 감점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김연아는 '점프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 번의 평가에 마음이 흔들릴 필요도 없고, 앞으로 점프가 흔들릴 가능성도 없습니다.
심판들이 이제 더이상 김연아에게 가혹하거나 그릇된 판정을 내리지 않기를 심판의 양심을 지키기를 바란다.
갈라(gala)’라는 말은 이탈리아전통 축제의 복장 ‘gala’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축제’, ‘잔치’, ‘향연’, ‘흥겨운’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갈라 쇼는 축제처럼 흥겨운 ‘축하 공연’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주로 클래식 음악, 발레 등의공연 예술과피겨스케이팅분야에서 행해진다.
사라 휴즈, 스캇 해밀턴 등의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피겨스케이팅 해설자, 전 올림픽 챔피언 등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받았다고 전원 찬양하는 유일한 선수,
심지어는 김연아에게 딴지를 거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기까지 한다.
이외에도.. 당연스럽게 함께 나오는 Queen Yuna~
1. 여왕의 복귀라고 나오는 북미 뉴스들 왜 그녀가 여왕인지 보여줬다거나 혹은 유나는 여전히 여왕이다라는 기사도 나왔고 AP통신의 기사 제목도 The Queen is Back, 아이스네트워크에서도 연아는 늘 Queen Yuna로 표기되고 있음 2.해설자들도 퀸오브 피겨 스케이팅이라고 표현 로빈 커즌즈 횽아의 트윗도 기억나오
3.isu심판 트윗에서도 피겨 여왕이 pcs에서 10점만점이 몇개나 기록되어졌다고 찬탄하는 트윗이 올라왔었고 느낌표도 기억남 ㅎㅎ
4.ioc 홈피에서 연아의 월드 기간에 연아가 메인에 다시 뙇
5. The Queen is Back이라고 말하던 것도 기억나고 이건 갈라때였나 그랬던 것
태극기 들고 경기장 도는 김연아 (런던<캐나다>=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우승한 후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2013.3.17 jjaeck9@yna.co.kr
(런던<캐나다 온타리오주>=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피겨 여왕' 김연아(23)도 놀랄 만한 점수였다.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끝난 201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정도의 점수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다했고 실전에서도 제가 가진 100%를 다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렇게 높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감격해 했다.
그는 올 시즌 점프가 예전보다도 한층 향상된 것 같다는 평가에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점프가 편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부담 없이 점프를 하게 됐고, 기술적으로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실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중략 =================== 다음은 김연아와의 일문일답.
--소감이 어떤가?
최종 리허설 하는 김연아 (런던<캐나다>=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간)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13.3.17 jjaeck9@yna.co.kr
▲오랜만에 이렇게 큰 대회에서 경기하게 됐다. 쇼트프로그램 때와는 달리 프리스케이팅에서는 6분간 워밍업하면서 긴장이 많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 조에서 6번째로 기다리면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클린(실수 없이 연기)해서 기분이 좋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좋은 성적으로 마치게 됐다.
▲2007년부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좋은 기억도 있고 안 좋은 기억도 있다. 이번이 제게는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가 됐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짓게 돼서 기분이 좋다.
--복귀할 때 부담은 없었나?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올림픽 시즌 때나 올림픽 시즌 전보다 가벼웠다. 부담을 갖지 말고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예전보다는 마음이 무겁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미셸 콴과는 자주 연락하는가?
▲자주 연락은 하지 않고 얼마 전에 한국에서 스페셜 올림픽이 열려서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애국가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처음에는 그냥 음악이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광판에 노래 부르는 모습이 나왔고,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외국인이 한국말로 노래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고득점을 예상했는가?
훈련도 아름다운 김연아 (런던<캐나다>=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간)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를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하고 있다. 2013.3.17 jjaeck9@yna.co.kr
▲프리스케이팅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실전에서 제 100%를 다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렇게 높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못 했다.
--울먹이는 것처럼 보였다.
▲울먹이지 않았는데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경기 끝나고는 실전에서 실수 없이 했다는 것에 놀랐던 것 같다. 모든 게 끝났다는 것에 홀가분했지 울먹이지 않았다.
--올림픽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우선 다시 복귀를 한 이후에 훈련이나 경기 때 부담을 덜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고 연습에서 잘하니까 실전에서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최대의 노력을 다해서 준비하고 실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런 것에 너무 부담을 느끼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가볍게 하려고 한다.
--20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2위와 점수 차가 무척 컸다. 소치 올림픽에는 그 격차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여러 규모의 대회가 있는데, 점수 주는 기준이나 심사위원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말하기 어렵다. 소치 올림픽까지 저 혼자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노력하기 때문에 그날의 선수마다의 컨디션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결과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제가 1등 한다고 확신 못한다. 점수 차가 오히려 뒤질 수도 있다. 점수를 그렇게 자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한 소감을 말해달라.
▲시니어 데뷔 이후 프리스케이팅을 클린한 적이 많지 않다. 앞선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을 클린한 것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프리스케이팅은 클린하기 어려운데, 앞으로 자신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점프가 안정적으로 향상된 비결은?
김연아에게 몰려든 피겨팬 (런던<캐나다>=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간)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빙상장에서 프리 연기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13.3.17 jjaeck9@yna.co.kr
▲이번 시즌을 점프가 편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수율이 줄어들었다. 음악 안에서도 부담 없이 점프를 하게 된 것 같은데 기술적으로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실수가 줄어든 것 같다. 공식 연습 때도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아서 오늘처럼 실수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9월에 받아서 익히기에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늦게 받긴 했지만 좋아하는 음악에 좋아하는 안무이기 때문에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해 줘서 나도 즐길 수 있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에 오른 기분은 어땠나?
▲2007년부터 계속 출전해왔고 공백기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리고 마지막이 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프로그램을 모두 클린하고 1등을 해 더 큰 기쁨이 컸던 것 같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가장 기쁜 세계선수권대회가 될 것 같다.
[스포츠서울닷컴 | 문다영 기자] '은반 위의 발레리나'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에 대한 외신 반응도 뜨겁다.
김연아는 19일 오전 열린 '2013 ISU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148.34점을 받았다. 앞서 있었던 쇼트프로그램 69.97점을 합해 총점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 일본, 중국, 미국 등 외신들은 앞다퉈 김연아의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우선 아사다 마오와의 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일본은 대체로 침착한 분위기다. "김연아 승리, 마오는 3위", "마오 추격이 김연아에게 미치지 못했다", "김연아의 압승이었다"는 등 최대한 간결한 어투로 경기 결과만 전하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 역시 "아사다 마오도 열심히 했다. 소치를 노리면 된다", "일본 언론들마저 마오를 응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입장에선 김연아보다 마오가 먼저 아닌가", "트리플 악셀은 마오 것이니까. 3위도 자랑스럽다"라는 등 김연아와의 비교보다는 마오를 다독이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은 일제히 김연아의 소식을 보도하며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소치올림픽이 기대된다", "김연아, 아사다 마오 꺾고 우승",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최종 우승으로 인해 쇼트 프로그램 때 점수가 불공평했다는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중국 주요포털 바이두 게시판에서는 "김연아 우승! 1위를 차지했지만 점수는 낮았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점수는 불공평했는데", "심판이 편파채점을 한 것 같다"는 등 중국 네티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이 밖에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하고 있다. AP통신은 "김연아는 매우 절묘하고 우아한 기술로 관객들을 홀렸다. 마지막 스핀을 완료한 김연아에게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했으며 '시카고 트리뷴'도 "김연아, 세계를 장악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선수 복귀는 대부분 실망을 안겨다 줬지만 김연아는 달랐다. 지난해 자신이 없는 가운데 챔피언에 오른 코스트너에 20점 이상 차이 나는 기량으로 우승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김연아의 발에는 영혼이 깃들여져 있다"고 칭찬했다.
김연아가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가 카롤리나 코스트너, 아사다 마오 등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캡쳐=SBS TV
'까칠한' 심판들도 항복을 선언했다. 김연아의 동작 하나하나에 현미경을 들여다댔지만 소용없었다. 김연아의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다.
김연아는 17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을 기록했다. 기술점수(TES) 74.73점과 예술점수(PCS) 73.61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69.97점을 합해 총점 218.31점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아무도 김연아의 경기력을 걱정하지 않았다. 이틀전 쇼트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김연아의 경기력은 최고였다. 문제는 심판들이었다. 심판들은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두번째 점프였던 트리플 플립을 트집잡았다. 롱에지 판정을 내리며 0.20점을 감점했다. 트리플 플립은 오른발로 얼음을 찍어 점프하는 순간 왼쪽 발목을 안쪽으로 꺾어 안쪽 가장자리(인 에지)를 쓰는 점프인데, 뛰는 순간 다른 쪽 가장자리를 사용했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트집을 잡기 위해 심판석에 앉은 이들 같았다. 그들이 들이된 현미경은 그릇된 렌즈를 가지고 있었다.
심판들의 잣대는 공정하지 않았다. 아사다 마오(일본)에게는 현미경이 아니라 '봉사 판정'이었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하면서 두발로 착지했다. 회전수도 부족했다. 감점을 받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심판들은 오히려 0.14점의 가산점을 주었다.
============================== 이하 생략 =============================
아사다마오나 카롤리나는 점프 하나 제대로 못뛰고 심지어 아사다마오는 점프 자체를 뛰지도 못하고,
트리플 악셀은 아예 두발 착지까지 했는데 가산점을 주는게 말이 됩니까??
이런 일 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이번에는 너무 너무 화가 나서 잠도 못잤네요.
김연아 선수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얼마나 화가 나고 좌절감을 느낄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신들이 이제는( 이제서야ㅠㅠㅠ)
김연아가 겪는 부당함을 앞다투어 성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 너무 안스럽지만...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
김연아 화이팅!!
압도적인 실력에 전 세계 매혹
오심에 외신도 발끈 ‘월드스타 실감’
이충민 객원기자 jkghty@naver.com | 2013.03.16 09:18:18
박한 심사로 아쉬움을 삼킨 김연아(23·올댓스포츠)는 외롭지 않았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전까지 김연아 공식 서포터는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나 2013년 현재, 김연아 팬층은 전 세계로 확대돼 ‘명망 있는 지원군’이 넘쳐 난다.
이중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피겨전설 미셸 콴과 카타리나 비트도 있다. 이들 모두 김연아에게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오라. 인생 선배로서 힘이 돼주고 싶다”고 격려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할리우드 명배우 휴 잭맨은 “피겨 여왕과 한 번 만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고 스캇 해밀턴, 타티아나 타라소바 등 미국과 러시아 해설위원도 김연아 팬임을 자처했다.
김연아는 15일 국제빙상연맹(ISU) 세계 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 오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신은 이전과 다르게 일제히 분통을 터트렸다.
AP통신을 비롯한 해외 유수의 언론은 “심판이 김연아의 깔끔한 트리플 플립을 롱에지로 흠집 냈다”고 언성을 높였다. 러시아 평론가는 한 발 더 나가 “비디오 판독에서도 김연아가 정확히 안쪽 발목으로 도약했지만, 심판만 눈 가리고 아웅 했다. 이래서 피겨가 ‘국력 순위’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라고 개탄했다.
심지어 일본 피겨 팬들조차 트리플 악셀에서 두발 착지한 아사다에게 오히려 보너스 꿀떡(0.14)까지 준 사실을 언급하면서 “ISU 공인 심판은 눈뜬 장님,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순 없다”고 비꼬았다. 이탈리아 기자 역시 자국 스타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예술점수(33.85점)가 김연아(33.18점)보다 높은 게 말이 되느냐며 어리둥절해했다.
김연아 오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09 시즌 그랑프리에서도 트리플 플립 롱에지 오심에 울었다. 당시엔 국내 언론만 뒤집어졌다. 김연아에 애정이 많은 북미에서 모호한 판정이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지금처럼 “명백한 오심”이라며 ISU에 '돌 직구’를 던진 용감무쌍 외신은 드물었다.
해외 유명인사는 물론, AP통신과 같은 공신력 있는 매체마저 ‘국제 승냥이’로 만든 ‘불세출 피겨여제 파워’가 실감 나는 요즘이다.
한편, 김연아는 17일 오전 11시 46분 프리스케이팅에서 마지막 순서로 출전해 ‘레미제라블’을 연기한다. 압도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큰 실수만 없다면 무난히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
"69.97점이라고?"
김연아의 점수가 발표되자 유럽 스포츠채널 '유로스포츠'의 영국 중계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내내 김연아의 연기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캐스터 알반 프로버트는 "1위에 올라섰지만 이렇게 점수가 낮다니 매우 놀랍다"라고 말했다. 그의 억양엔 당혹스러움이 역력했다.
여성 해설가 제럴든 폰스도 "지독하게 낮은 점수(terribly undermarked)" "10점을 더 받아 마땅했다. 우스운 판정이다(She did 10 points better than that, it's ridiculous)"라는 멘트를 연발하며 국내 팬들보다 더 흥분했다.
앞서 폰스는 경기 막판 김연아의 최고 점수 78.50을 언급하면서 "그 정도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김연아는 15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 치러진 201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6.79점과 예술점수(PCS) 33.18점을 받아 69.97점을 기록했다.
숙적 아사다 마오(일본, 62.10점, 6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66.86점, 2위)를 누르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2년 만에 메이저대회 성공 복귀를 알렸지만 예상 밖으로 낮은 점수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날 김연아는 '필살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등 점프와 스핀, 스텝스퀀스 등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지만 심판들로부터 석연치 않은 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트리플플립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으며 0.20점 감점을 받은 대목은 상당한 의구심을 자아난다. 트리플플립은 오른발로 얼음을 찍어 점프하는 순간 왼쪽 발목을 안쪽으로 꺾어 안쪽 가장자리(인 에지)를 쓰는 점프인데, 심판들은 김연아가 뛰는 순간 다른 쪽 가장자리를 사용했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각도의 느린 화면이나 현장 사진을 보면 분명히 인엣지를 사용하고 있다.
한 때 김연아를 지도했던 미국 유니버설 방송의 해설가 피터 오피가드는 경기 후 이 점프를 리플레이하며 "내가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이 부분은 나중에 명백히 따져봐야 한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연아에게 들이댔던 엄격한 잣대가 라이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필살기인 트리플악셀을 펼치면서 마지막에 명백히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범했지만 성공 판정을 받았다.
이날 가장 높았던 코스트너의 PCS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코스트너가 기록한 33.85점의 PCS는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받은 33.80점보다 높다.
시카고 트리뷴의 필립 허시 기자는 속보를 전하는 자신의 트위터에 "코스트너의 스코어는 받아들이기 힘들다(unjustifiable)"라고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김연아, 미국인들의 우상이 쇼트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도 "코스트너가 관대한(generous) 점수를 받은 덕분에 2위에 올랐다"고 촌평했다.
김연아는 17일 프리스케이팅에 도전하며 세계선수권 정상 탈환에 나선다.
자기 실력을 다 보여주고도 합당한 점수를 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완벽한 연기를 펼쳐야 한다. 1등을 하고도 가슴 답답한 상황. 팬들 못지않게 해외 전문가들도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입대 기다리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는 유승호.
어린 것이 개념도 꽉 찼고 생긴 것은 왜 이리 잘 생겼나.
암튼 잘 건강하게 다녀오길.
스무 살 청춘, 유 승 호 (2013. 3월호)
하와이의 서퍼들은 강하다. 노스쇼어의 사나운 파도를 거슬러 헤엄치는 이들은 파도가 가장 높아졌을 때 비로소 파도를 뚫고 나온다. 파도는 얼마나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다루느냐의 문제다. 지금 바다를 등지고 촬영중인 유승호도 세월과 시간, 세상과 대중의 시선이라는 파도를 뚫고 나오길, 그렇게 춤추듯 걸어오길. 이것은 하와이에서 날아온 유승호의 입대 전 마지막 화보이자 미리 보내는 첫번째 위문편지다.
글/ 윤혜정 진행/ 김민경 Photographed by Lee Youngjin
하와이의 하늘은 순진하다. 하와이 오하우 섬은 적도 가까이에 있는 탓에 늘 하늘은 땅에 낮게 깔려 있고, 구름도, 별도, 달도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옛날 옛적 하와이 사람들이 하늘의 움직임만 보고 시간과 내일 날씨까지 알아 맞출 수 있었던 건 그만큼 하와이의 하늘이 정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촬영 전날 로케이션 헌팅을 위해 차로 이동하던 중에는 "하늘이 참 드라마틱하다"고 감탄했다가 일행들로부터 대체 무슨 소리냐고 비웃음만 샀고, 촬영 중에는 구름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통에 해변에서 모래로 두꺼비 집을 지으며 해가 나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지만, 어쨌든 난 하와이 땅의 따분한 평화로움을 '드라마틱한' 하늘이 채워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이렇게 구름이 빨리 움직이는 게 다 보일 줄은 몰랐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게 있고 귀를 닫아도 들리는 게 있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지금도 신기한 건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생각들이 유승호와의 인터뷰 사이사이, 말문이 막힐 때마다 떠올랐다는 거다. 유승호는 매우 예의바르고 수줍음이 많은 청년이었다. 청춘들은 별 이유 없이 웃어도 아름답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소문에 영화<페널티 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의 주인공처럼 잔뜩 움츠려 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예거밤을 마시면서 쏟아지는 별을 지붕 삼아 수다나 떨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런 다정한 선문답이나 나누고 싶은 밤이었다. "승호씨, 세상이 깜깜해져도 여전히 볼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요? 특히 순진하고 정직한 사람들은 더 그렇죠.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아요."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 일행은 잠깐 틈을 내서 함께 와이키키에 있는 쇼핑센터에 갔다. 각자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만났을 때, 유승호는 트렁크만 한 레고 세트를 들고 있었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 무대가 되는 거대한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 레고 세트, 1천 개가 넘는 피스로 구성된 이 밀레니엄 팔콘은 레고를 좀 하거나 혹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로망의 시리즈로 통한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만드는 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기 때문이다. 주책없이 반색하며 달려들어 상자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내게 유승호는 이렇게 말했다.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 작품 활동 좀 해보려고요, (웃음)" 또래남자들만큼이나 쇼핑에는 관심이 없던 그가 구입한 물건이 레고인 건 무슨 사연이었을까? "처음 CF를 찍을 때 조그만한 레고 하나 사줄테니까 찍자, 그렇게 촬영하곤 했었어요. 만드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그래서 어렸을 때 엄청 많이 샀어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이건 애들이나 하는 건데? 싶어 친척 동생들 줬죠. 그래서 지금도 레고 보면 너무 사고 싶어요. 좀 창피하기도 한데, 그래도 내가 좋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면서, 여자들이 쇼핑 좋아하고, 남자들이 차 좋아하듯이, 나도 레고가 좋을 뿐이니까요." 레고를 사고 '새콤달콤'을 먹고 싶어서 카메라 앞에 섰던 천진한 아이가 지금 청년이 되어 내 앞에 앉아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입대 날짜를 받아둔 스무 살 청년이라면 마치 내일은 없는 것처럼 청춘을 불살라도 시원찮을 판에, 군대 가기 전까지 한 달 동안 집에서 조용히 레고 조각이나 맞추고 있겠다니. "솔직히, 만날 사람도 많이 없어요. 인맥이 넓은 것도 아니거든요. 스태프 누나들이랑 가족들, 친한 친구 몇 명, 그렇게 밖에 없어요. 친구 사귈 시간도 없었고, 거의 일만 했으니까. 솔직히 놀아봤자 딴 생각만 더 들고, 제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 사람 사는데니까. 무엇보다 제가 너무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니까. 너무 원했던 일이니까. 전 그래서 요즘 기분이 너무 좋아요. 진짜 좋아요. (웃음)"
이번 해외 화보 촬영은 처음부터 '유승호의 입대 전의 마지막 화보이자 인터뷰'로 화제가 됐다. 유승호의 입대 사실은 드라마 <보고싶다> 방영 중 발표됐고, 그날 <바자> 사무실은 난리가 났었다. '유승호가 군대를 간다'는 사실을 두고 아쉬움을 표하는 지점은 꽤 여러 가지였다. 다름 사람이 아닌 유승호가, 2년동안 사라진다는, 그리고 하필이면 지금처럼 소위 '잘나갈 때'여야 하냐는. 이런 세간의 관심을 전해도 그저 웃기만 하던 유승호에게 왜 그곳에 그렇게 가고 싶었냐고 물었다. "군대를 가는 이유는 되게 많아요. 단순히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는 아니에요. 물론 말 못할 이유도 많지만 일단 전 2년동안 그동안과는 다른 생활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인천에서 남자 중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때 <마음이>를 찍었었는데, 학교에 거친 남자 아이들 밖에 없었어요. 마음 터놓을 친구도 없었고요. 아이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그 때 아마 해병대에 간다고 했을 거예요. 어린 눈에도 해병대가 강해 보였나봐요. 물론 대학을 안 가는 대신 해병대도 포기해야 했지만.(웃음)" 그러고는 다녀와서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오리발을 내밀지 모르겠다며 웃는 유승호.
내 주위에는 유승호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도 없지만, 그를 칭찬하지 않는 남자들도 없다.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군대 문제는 도덕성과 직결되는 상황이고, 유승호는 신문 사설에서도 아주 올바른 예로 여러번 언급됐다.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이 상황 자체가 어리둥절하긴 해요. 군대를 가는 타이밍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다른 거잖아요. 또 어떤 연예인이 연예사병을 선택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제 친구들은 모두 올해 입대해요. 그냥 전 친구들과 똑같이 군대 가고, 제대해서, 사회생활 하는건데 그걸로 시선을 받는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얼마 전 유승호는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또 한번 주목 받았던 것 같다. "그것도 사연이 긴데... 난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연기를 배워왔어요. 간다면 연극영화과일 텐데, 대학 졸업장을 위해 제가 그 기회를 독점하긴 싫었어요. 사람들이 다 인정할 수 있끔 열심히 연기하고, 대학은 공부하고 싶을 때 가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우린 대학이나 군대 같은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의 솔직하고 명료한 대답에서 유승호가 그 동안 무엇이 힘들었고, 앞으로는 어떤 어른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단서를 어렴풋하게나마 찾아가는 듯했다. 분명한건 아역 배우로 살던 그가 나이와는 상관없이 프로페셔널이 됐다는 거다.
내가 유승호에 대해 가장 처음 받은 인상은 그는 자신에 대한 고민을 숨 쉬듯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거다. 내가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며, 나의 곁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길 바라고, 이윽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어떤 연예인인지가 아니라) 고민하는 것. "언젠가 대한민국 배우가 한 번도 하지 않은 걸, 하지 못한 걸 내가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물론 군대든, 대학이든 그 말 때문에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요" 길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난 아마도 '하지 못한 것' 이라는게 연예인처럼 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모두들 정확한 입대 날짜를 몰라요. 훈련소에 마음 편하게 오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웬 배우 취재한다고 길 막고 그러면 얼마나 싫겠어요. 저도 싫고요. 최대한 조용히 가고 싶어요."
세상은 당연하다고 하는데, 유승호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 대학과 군대 말고 또 뭐가 있을까? "만약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전 사회복지를 공부했을 거예요. 예전에 <사랑의 리퀘스트 희망로드 대장정>을 했을 때였는데, 아... 너무너무 느껴졌어요. 뭔지 정확하게 말할 순 없어도요. 사실 연예인이라는 사람이 사회봉사를 하면, 이미지 때문이라고 당연히 생각하잖아요. 만약 진심이라고 해도, 그런 소리 듣기 싫으니까 사람들 모르게 봉사를 하는 거죠." 그리고 그는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환경 캠페인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 여름 파주에서 잠실까지 운동을 다녔는데, 여름 내내 에어컨을 한 번도 켜지 않았었다는 에피소드와 함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했죠.(웃음) 모든 사람들이 에어컨을 켜는데, 나만 안 켜고 살 수 있을까. 사실 사소한 일인데,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당연하다는 것과 당연하지 않다는 것, 그에 대한 고민이 유승호를 또래 연예인들과 다르게 만드는 가장 첫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승호의 다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드라마 <보고싶다> 때문이었다. 물에 빠진 치킨 말고 프라이드 치킨을 달라고 절규하던 꼬마 때부터 재능이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남자가 됐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한 유승호의 존재감을 실감했다고나 할까. 드라마에서 그는 '결핍'이 낳은 '괴물'을 연기했다. 불편한 육체, 모성의 부재,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기는 상실의 정서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 그를 보며 소름 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날 선 인간의 욕망과 분노를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조절하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지막 회, 창고에서 세 주인공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에 있을 때, 그가 손에 권총을 묶은 채 조이에게 "나 너무 아파, 나 좀 봐줘." 애절하게 부탁(혹은 명령)하는 부분은 정말 무서웠다. 눈, 코, 입 중 어디가 변화했는지 딱히 잡아낼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게 표정이 변화하는 모습에는 혀를 내둘렸다. 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여기가 나의 천국이야."라고 말할 때, 다른 사람이었으면 심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대사와 장면도 완벽하게 해리 보리슨의 것으로 만들었다. 스무살의 남자가 표현하기에는 너무 무겁거나 복잡했을 선악의 공존의 상태를, 유승호는 의연하게 끌고 나갔다. 게다가 원래 해리역할이 나이 지긋한 남자로 설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에는 추호의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유승호의 에너지는 강렬했다. 그건 대체 어디서 나오는 삼손 같은 힘이었을까?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을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나간 부분도 있어요. 분명히. 감독님이 컷 하고 나서 야, 너무 심하지 않냐, 그런 적도 있고.(웃음) 사실 더 보여주고 싶었죠.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잖아요. 매체의 한계도 있었고 그래서 아쉬웠던 부분도 많아요."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도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맨날 분노하는 표정 짓는 건 힘들었어요. 대본의 처음부터 끝까지, '분노를 참는 해리'라는 지문이 신 끝에 꼭 있어요. 가면 갈수록 분노를 더 참아야 하잖아요. 이미 끝까지 참았는데, 어떻게 더 참아야 하지? 진짜 막 울어야 하나? 분노를 참지 못해서 내 심장이 아픈 걸 어떻게 표현하지?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참다가 마지막에 한 번 터졌죠.(웃음)" 그런 장면들을 보고 유승호만의 감성의 정체가 무엇일까 궁금했다고 하자, 그가 이렇게 말한다. "해리가 분노를 참는 성격이었는데, 제가 그랬어요. 원래 전 화를 내지 못했어요. 집에서 혼자 울고 그랬거든요. 이게 오래되다 보니 조절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분노를 참지 못하면 심장이 아프다, 라는 말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인지 난 말문이 막혔다.
<보고싶 다>의 방영과 함께 유승호의 연기에 관심이 집중되자, 인터넷에서는 유승호의 어린 시절 사진들이 다시 무섭게 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보고싶다>가 유승호라는 배우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면, 그 호기심의 방향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여야 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다음에, 다음에는 영화에서도 이런 사이코틱한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전 유승호라는 배우의 작품을 원하거든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물론 상업적인 결과를 생각해야 하지만, 한번쯤은 그런 거 상관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제 필모그래피에 제가 원하는 그런 영화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영화, 너무 이기적인가요?(웃음)" 우리가 이렇게 유승호의 근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건 그가 재능을 발휘한 덕분이지만, 그는 말끝에 "운이 좋았다"며 모든 공을 운명에 돌려버렸다.
화보 촬영을 할 때 유승호는 내가 본 그 어떤 배우보다 열심이었다. 해변에 누워 있다 밀려오는 파도에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짠물과 모래를 먹고, 찬 지하수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그는 원하는 방향의 사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평소 내성적이고 숫기 없는 그가 현장에서 카메라만 돌아가면 확 돌변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기억났다. "변하는 게 아니라 편해지죠. 어쨌든 대본이라는, 이미 예정되어 있거나 준비된 상황을 갖고 유승호라는 배우 느낌대로 표현하는 거니까요. 사람들은 연기할 때 창피해서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건 일이잖아요. 제대로 하고 빨리 빨리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 스태프들도 얼른 집에 보낼 수 있잖아요. 물론 주어진 대로 해보기도 하고, 내가 좀 달리 해보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어쨌든 연기를 안 하고 있으면 되게 하고 싶어요." 카메라 앞에서 차라리 편해진다고 말 할 때에는 내 앞에 비누 냄새 폴폴 풍기며 앉아 있는 그가 잔뼈 굵은 베테랑으로 훌쩍 커버린 것 같았다.
웬만하면 아역배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묻고 싶지 않았다. '청년 유승호'에게 '귀여운 꼬마 유승호'란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것일 테니까. 하지만 또한 그건 부정할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가족 같은 존재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는 그 시간들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까? "글쎄요.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배우는 절대 안 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건 내가 그나마 잘하는 거라는 건 분명하니까요. 그리고 어느덧 촬영할 때가 가장 편하니까요. 사람은 재능을 하나씩 갖고 태어난대요. 나의 재능은 뭘까 생각해봤어요. 공부도 아니고, 운동도 아니고. 사실 연기도 아니었거든요? 주변에서 재능을 살려주고 만들어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결핍으로 에너지를 얻고, 또 어떤 사람은 사랑으로 충만해진다. 나는 그만의 감성과 생각을 만드는 것, 그 시선의 원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전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이 80명도 채 안 돼요. 제가 마음을 안 여는 이유도 있고요. 사실 혼자 있어도 별 거 안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어색하고 재미없어요.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어떻게 변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가 이게 가장 편하니까 맞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웃음)"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학교 다닐 때 친구가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그냥 연예인이니까, 신기하니까 접근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마음을 안 열었을 테고요. 물론 진심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그 사람만 아는 거니까요."
난 드라마를 보는 내내 궁금했던 것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막내조카뻘인 유승호라는 배우에게 내가 (혹은 수많은 여자들이) 열광하는 이유. <데미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상처 받은 사람은 살아남는 법을 안다." 유승호에게는 뭐랄까, 그런 사람만이 목격한 삶의 본질, 비밀을 이미 체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이 낯설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갔던 건, 그런 느낌은 보통 대중매체에서 얼굴을 비추는 이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설가나 아티스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감흥이랄까. 유승호는 스무 살이지만, 다른 스무 살 아이돌과는 완전히 다른 대척점에 있다. 청춘스타들이 현재 빛나기 위해 미래를 망각하고, 유혹하고, 마초적인 근성을 풍기며 욕망한다면, 유승호는 건실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절제하는 느낌이다. 오랜 시간 쇼비즈니스라는 곳에 발을 들이고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죽을 만큼 애쓰고 노력하는 청춘스타. 의도하지 않아도 삶의 결과로 얻어지는 생각과 고민들은 유승호를 아주 고유한 배우로 만들고 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서울로 돌아가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 친구들이요? 저한테 별로 관심 없어요. 내가 나오는 드라마에도 관심없고, 만나면 일 얘기는 전혀 안 해요. 그러더니 어느 날 그러더라고요. 너 갑자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졌냐고. 내 참, 친구라는 놈들이 말이야. (웃음)" 그때 자신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는 걸 유승호는 알고 있었을까?
택배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이라고 스스로의 상태를 명확하게 정의한 유승호는 군대를 다녀온 자신의 모습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그런 것처럼. "좀 더 남자다워지고 싶어요." '남. 자. 답. 게'라는 네 글자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의 치기 어린 남자다움이 아니라 괜찮은 배우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서의 남자다움. "너무나 많은 분들이 날 어릴 때부터 봐오셨으니까요. 내가 몇 살이 되든 <집으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을테고요. 그래서 전 제 나이답게 그렇게 바뀌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배우들에게 단골로 하는 질문,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는 일상의 이야기로 이미 꿈을 말했으니까. 현실을 현실처럼 살고, 미래를 미래처럼 사는 것, 그러므로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꿈을 꾸며 지금을 사는 것. 대신 난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유승호에게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요즘 느끼는 건데, 순수한 사람인 것 같아요. 돈 잘 벌고, 인기 있고, 예쁘고, 잘생기고 그런 것보다 정말 순수한 사람. 나이를 한 살 씩 먹으면서도 다 알게 되잖아요. 사람들의 행동을. 왜 어른들이 고등학교 때가 좋았다는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어요. 때가 탄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그런 걸 알아 가는게 싫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굴에 적나라하게 나타나요. 그럴때면 제 얼굴이 싫어요. 거울을 별로 안 보려고 해요. 예전엔 좋아했거든요. 샤워하고 나서, 젖은 머리 다 넘기고, 폼 잡고...(웃음)" 어떤 순간에도 순수하고 싶은 청년, 유승호의 눈이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더 길고 그윽해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몇 가지 스케쥴을 소화해야 한다더니, 그 중 하나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이라는 걸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 그 출연료를 기부한다는 '유승호다운' 소식과 함께. 다큐멘터리에 목소리를 빌려준다는 건 대중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는 배우라는 아주 결정적인 증거이기에, 반갑기 그지없었다. 엉뚱하게도 한편으로는 혹시 바쁜 스케쥴 때문에 밀레니엄 팔콘을 다 못 만들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그는 지금 얼마나 조립했을까, 그 많은 레고 블록들을 끼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디 그가 포기하지 않고 밀레니엄 팔콘을 완성한 후 입대했으면 좋겠다. 지난 감정, 고민, 성장통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후, 다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다녀오길. 아마 그가 끼운 건 레고 블록이겠지만, 그리하여 그가 완성한 건 '유승호의 청춘'이라는 작품일 것이다. 유승호보다도 우리가 더 영원히 기억할 푸르른 스무 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