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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거리/귀여운 동물들

나와 인연을 맺은 동물들 1. 영원히 잊지 못할 쫑.

by 파란토마토 2007. 11. 13.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쓰려니 살짝 두려워지려 한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보니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은 많다;; 는 것이니..
어찌나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들이 많던지.. 글 쓰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ㅜㅜ

누가 내 글을 읽어줄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나의 길을 가련다~
 

My Way~~!♪


첨부이미지

우리집에서 제일 먼저 만난 동물...


쥐는.....
똑같은 포유류에 털도 많이 달렸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징그러워할 정도니 생략하련다..;;;;



1. 영원히 잊지 못할 이름, 쫑.

어디서 났는지,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기억 안나는데 진도개를 닮은 하얗고 아주 이쁘게 생긴 개였다.

(또래 중에서도 유난히 작았던 내품에 쏙 들어온 쫑, 굉장히 작은 개였나 보다.)

나와 첫번째로 인연을 맺은 동물, 사랑스러웠던 쫑
나는 쫑을 아주 좋아해서 늘 쫑~! 쫑~!!
부르며 쫑 뒤를 쫓아다녔는데 녀석은 그게 귀찮았나 보다. 어머니에게는 시장보러 잠시만 나갔다 오셔도 땅에 뒹굴고 구르고 헤드스핀을 하는 그 녀석의 필살기로 온갖 오도방정을 떨면서 열렬한 환영을 했던 것에 비해 나에게는 그런 환영도 해주지 않았고 나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카리스마도 없고 지 좋다고 귀찮게 따라다니는 어린애가 안좋은 게 당연한 건데 어린 나는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를 열렬히 반기지 않는 쫑에게 앙심을 품고 이런 저런 못된 짓으로 쫑을 괴롭혔으니... 쫑 생각을 하면 그저 미안할 뿐이다.ㅜㅜ

쫑은 요즘 애완견들과는 달리 마당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열 개념이 확실해서 어린 나에게도 공격적으로 으르렁거리진 않았지만.. 나는 그때 속이 좁았나 보다.

나는 쫑이 나를 향해 짖거나 삐딱하게 굴면 쫑의 긴 주둥이에 고무줄을 묶어서 짖지 못하게 만들어 놓기도 하고, 복수인지 상인지... 너무 끈적거려서 사람도 먹기 힘든 캬라멜을 주고 쫑이 낑낑거리며 캬라멜과 씨름하는 모습을 깔깔 웃으면서 보기도 했었다. (원래 순수한 어린이들이 더 잔인한 법.-_-) 쫑.. 미안해.ㅠ.ㅠ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아무 생각없이 쫑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를 갔다 오니 쫑이 없어진 것이다.!!!!
아니.. 놀란 나는 어머니께 쫑이 어디갔냐고 물었는데 우리 어머니께서는 쫑이 길을 잃어버렸는지 집에 안온다고 하셨지만... 뭔가 이상했다. 나랑 늘 산책을 같이 하고 집에도 같이 오던 쫑이 별로 복잡한 지리도 아닌 우리집을 못찾을 리가 없는데.. 길을 잃어버리다니.... 바보.ㅜㅜ 하고 울었는데 얼마 후 쫑이 돌아왔다.!!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쫑을 끌어안고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쫑이 돌아온 게 너무 기뻐서 펄쩍 뛰고 난리였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의외로 쫑의 귀환을 그다지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그냥 약간 반가워하는 정도라서 참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른들은 원래 저런가 보다..' 라고만 생각했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뒤로는 쫑을 괴롭힌 기억은 없다.


그러나....
나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안았다.


얼마 후 쫑이 다시 사라진 것이다.

나는 울고 불고 쫑 어딨냐고, 쫑 찾아달라고 떼를 썼다. 어릴 때부터 한번도 떼를 쓴 적이 없는 내가 그런 행동을 하니 어머니께서 적잖이 당황하셨고, 그냥 '좋은 곳에 멀리 갔는데 잘 살 것이다.'라고만 말하며 나를 달래셨다. 하지만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나를 설득하셨다. 어머니가 얼마 전에 무슨 점 같은 걸 쳤는데 '집안에 하얀 짐승이 있으면 재수가 없으니 그 짐승을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멀리 보내야만 했으니 잊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래도 도통 말을 듣지 않고 울면서 쫑이 어디로 갔는지라도 알려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 후 어머니는 나에게 진실-_ㅡ을 알려주셨는데.. 그것은 처음에 쫑이 없어진 일도 쫑이 지 발로 나간게 아니라 일부러 버린 것이었다는 사실.!! 아버지가 쫑을 데리고 나가서 우리집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학교 앞 전봇대에 묶어놓고 왔는데 어떻게 알고 집을 찾아온 것이다. 쫑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 아버지가 기뻐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제와 추측컨데, 하얀개 이야기도 말도 안되고, 멀리 보냈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먹고 살기도 힘든 시기에 온 마당에 똥오줌 싸는 개까지 거두기가 힘들어서 버린 것 같다. 어머니는 쫑을 잘 키울 수 있는 다른 집에 데려다 줬다고 했지만... 아마도 그냥 유기견 신세가 되어 거리를 떠돌다가 죽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집 안에서 자랐어도 그 세월이면 벌써 죽었겠지만 떠돌아 다녔으니 고생 끝에 병걸리거나 굶어서 더 빨리 죽었을 것 아닌가..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쫑을 잊지 못해서 울곤 했는데, 1년 뒤에도 내 그림일기에는 쫑이 보고 싶다면서 우는 그림이 제법 자주 등장한다.



지금쯤은 무지개 다리 건너서 하늘나라에 있을  쫑....

너무 미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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