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쫑에 대한 글을 하나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줄줄이 사탕이 되는구나...
(근데 시리즈를 우리말로 줄줄이라든가.. 바꿔서 쓰면 안될까? 너무 웃긴가? ㅋㅋ)
쫑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면서 나는 점차 동물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딱히 싫다기 보다는 가까이 하는 것을 꺼려했다는 게 정확하다.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는 개나 고양이가 무섭고, 더럽다고 생각했다.
이건 위생개념이 생기면서 병이 옮을까봐 두려운 것도 있었고, 주위에서 만난 개들과의 안좋은 기억 때문이기도 했다. (쓸데없는 변명을 닥치라고 하시면 저를 두번 죽이는 거에요!!)
(근데 시리즈를 우리말로 줄줄이라든가.. 바꿔서 쓰면 안될까? 너무 웃긴가? ㅋㅋ)
쫑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면서 나는 점차 동물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딱히 싫다기 보다는 가까이 하는 것을 꺼려했다는 게 정확하다.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는 개나 고양이가 무섭고, 더럽다고 생각했다.
이건 위생개념이 생기면서 병이 옮을까봐 두려운 것도 있었고, 주위에서 만난 개들과의 안좋은 기억 때문이기도 했다. (쓸데없는 변명을 닥치라고 하시면 저를 두번 죽이는 거에요!!)
이렇듯 개에 대한 인식이 안좋았기 때문에 개의 본분이라 생각했던 도둑 지키기도 못하고, 사람보다 더 호의호식하며 집안에서 사는 애완견에 대한 나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TV 동물농장에서 개랑 같이 이불 덮고 자는 사람들을 보면 개를 집안에서 키우면 그 냄새는 어쩔 것이며, 그 털은 어쩔 것인가.. 생각하며 신기해했는데, 언니집에서 키우는 말티즈 한 마리 덕분에 개에 대한, 아니 동물에 대한 나의 인식은 확 바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음식쓰레기통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는데 녀석은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로 깡말라 있었다.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는걸 보면 길고양이 치고는 넉살도 좋은 것 같은데 왜 그리 못얻어먹었을까. 예전같으면 내가 먼저 도망갔겠지만 (나는 고양이도 개처럼 사람에게 먼저 덤비는 줄 알았다.) 그땐 뭐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불쌍한 마음에 얼른 집에 가서 물에 불은 멸치를 가지고 왔더니, 글쎄 이 녀석이 내 옆으로 와서 냄새를 킁킁 맞는 것이다. 에구. 배가 많이 고픈가 보다 생각했지만.... 왠걸?? 이 넘이 냄새를 맡고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음식쓰레기통 위로 냉큼~ 올라가는 것이다.
'얼씨구~ 요놈 봐라?? 배가 덜 고팠네." -_-;; 라는 생각이.ㅋㅋㅋ
기가 막혀서 쳐다보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오시더니 그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비야. 뭐 좀 줄까?"
"야~~옹" (이라고 쓰고 "빨리 줘. 빨리 줘! 배고파 죽겠어." 라고 읽는다.)
그 아줌마는 통 안에서 살이 조금 남은 통닭 조각을 꺼내주었고, 고양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난 속으로 '앗.. 개나 고양이한테 저렇게 진한 양념은 해로운데.. 더구나 뼈도 있을텐데...'라고 걱정했지만 내가 키울 것도 아니면서 배 곯는 애 먹을 거 하나라도 주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고기 얻어먹는 나비.
나는 순전히 그 아줌마가 그 고양이를 '나비'라 불렀다는 이유로 그 애를 나비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나비가 근방에 출몰한지 몇 개월이 지났으며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비는 사람을 피하지 않아서 꽤 유명한 고양이였고, 나비, 살찐이, 야옹이, 고양이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다행히 이 동네에는 고양이를 병적으로 싫어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후 나는 나비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며칠에 한번씩 가다가 점점 더 자주 가게 되어 나중에는 하루에 두 번 간 적도 있었다. 그 뒤로도 멸치를 몇 번 줘봤지만 그 때마다 나비의 반응은 심드렁~했고.. 나는 '멸치를 싫어하는 고양이도 있다!' 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짜식... 얻어먹는 주제에-_- 까다롭기도 하네. 살찐이는 멸치를 얼마나 좋아했는데-_-;;)
처음에는 남는 음식(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 위주로 갖다줬지만 못만나는 날은 그대로 놔두게 되면 음식냄새 때문에 주변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그대로 버려야 했다. 그래서 사람 먹는 음식에서 사료로 대체했고, 밥을 주는 장소도 음식쓰레기통 옆에서 좀 떨어진 놀이터 안으로 옮겼다. 내가 놀이터 안에서 나비랑 같이 있을 때면 가끔 쓰레기 버리러 왔다가 나비를 찾는 목소리(에이.. 오늘은 고양이 없네.)를 들을 때도 있다.
나비는 길냥이치고는 넉살이 좋았지만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다. 사람에게 친근하게 구는 길냥이들은 보통 애교가 아주 많은 편인데 나비는 그런 면에서 참 뻔뻔한 놈이었다.
내가 밥주러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야~~옹" (배고파 죽겠네. 왜 이제 와.! ) 하고 다가오지만 그럴 때 외에는 목소리 듣기도 힘들고 밥 먹느라 밥준 나에게는 신경도 안쓰더니 밥준지 1년이 넘어가니 이젠 밥 다 먹고 내 옆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거나,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비부비 거리거나, 꼬리로 나를 탁탁 치기도 한다. ㅋㅋ
나비 최고의 애교 - 마구 뒹굴기
그래, 그래, 거기 잘 좀 만져봐.하는 표정의 나비ㅋㅋ
작년 겨울에는 만나기가 힘들어서 밥주기를 게을리했더니 살이 다시 쏙 빠졌지만 요즘은 월동 준비하라고 열심히 주는 편이라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내 친구 하나는 불쌍한 길고양이로 상상을 하다가 실물을 보더니,
"야야.. 저게 무슨 나비냐. 돼지지. 이젠 밥 고만 줘라. 얼굴 터지겠다." 라고 했다. ;; ㅋㅋㅋ
토실토실 토끼같은 나비
그런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것은 처음의 즐거움과는 달리 점점 부담으로 다가온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져도 쉴 곳이 없는 길냥이 신세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한 생명을 내가 거두고 있다는 왠지 모를 보람과 알량한 뿌듯함에서 점점 더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어차피 집고양이들 수명의 반에 반도 못사는 길냥이,, 배라도 불려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했건만 내가 없으면 어떡하나, 혹시 나 때문에 먹이 구하는 방법을 잊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내가 얼마 후 거주지를 옮겨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다. 이제 겨울도 다가오는데.. 길고양이라서 많이 먹지 못하면 겨울에는 얼어죽을 수도 있고.. 처음처럼 그렇게 말라갈 것을 생각하면 참 심란하다. 또한 밥주던 내가 안오면 동물은 이유도 모르고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 이런 이유로 해서 자생력을 잃을까봐 일부러 며칠 걸러서 밥을 주기도 하지만 이래 저래 걱정돼 죽겠다.
나 대신 밥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ㅜㅜ
이 글 보신 여러분,
여러분은 어떡하시겠어요? ㅠㅠ 댓글 좀 달아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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