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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거리/영화랑 드라마

역대 최고의 연산군은 누구? 당신의 투표를 기다립니다 (동영상 비교 가능)

by 파란토마토 2008. 3. 5.

전국에 계신 신사숙녀 언니옵하 누나형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왕과 나에 성인 연산군이 등장합니다.. 제가 이 날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던지요.. 흑흑.ㅠㅠ
왕과 나에 연산군이 등장하려고 봄부터 소쩍새는 울었나봅니다. 
마치 10년 만에 보는 님 보듯 두근두근하는 내 심장 같으니라구~ 음하하..

역대 연산군 모음 - 최고의 연기력과 광기를 보여주는 연산군역 배우들 모음

위에서부터 정진영, 정태우, 임영규, 이민우, 유인촌, 유동근, 안재모, 신영균



연산군은 조선왕조 아니 우리나라 전 역사를 다룬 사극에서 주인공으로 가장 자주 등장했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여러 연산군들끼리 연기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실은 역대 연산군으로 투표를 하고 싶었는데 왕과 나 연산군까지 포함을 시켜야한다는 요상한 사명감에 사로잡혀서 여태까지 아기다리고기다리었습니다. (30년도 더 된 유머죠. 눼눼. 죄송합니다.) 다른 작품에서의 내시 김처선과 김자원도 비교해보세요~

우선 객관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작품과 캐릭터 성격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각자의 매력이  흘러 넘쳐서 고르기 힘듭니다.

먼저 오래전 영화에서 활약해주신 신영균 연산군..
광기는 별로 안보이는 신영균 연산군


당시 사극은 뭐 옷을 찰흙으로 만들었는지.. 왠 한복 색깔이 저리 눈부신 보라색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뭐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에 고증까지 잘 하기가 쉬웠겠습니까? 고증 따윈 필요없어~ 적당히 이해하시면서 봐주시고요.

저 때는 조선왕조실록이 국역 완역되어 있지도 않았고, 지금에 비해서 영화 제작 환경도 나빴기 때문에 고증을 따지는 건 저한테 '이효리 춤 따라하면서 표정까지 뇌쇄적으로 지으라'고 하는 요구와 같다고 봅니다. 어쨋든 이 분의 연산군 연기는 과잉된 듯한 느낌이면서도 확 폭발하는 부분이 없으니 좀 갑갑합니다. 딱히 나쁘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특유의 구식 연기 스타일 때문에 몰입은 상당히 힘드네요.


유인촌씨는 왕 역할을 도맡아 하셨던 분인데 임권택 감독님의 연산일기라는 영화에서도 활약해주셨고, 저는 잘 모르지만 연극에서도 연산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SBS 드라마 임꺽정 초반부에서도 연산군 역할을 맡으셨습니다.  다음은 각각 영화 연산일기와 임꺽정에서의 유인촌씨입니다.

임권택 감독님의 연산일기에서의 연산군 유인촌

임권택 감독님의 연산일기에서의 연산군 유인촌(갑자사화 일으키기 전 문제의 술 따르는 장면이죠.)



연산군 연기 좀 봤다~~ 하시는 분들은 이 연기를 보고 최고라고 감탄에 감탄을 하시더군요.  


자원아, 활을 준비해라. 조선 최고의 활에 독화살을 재어서
우리 어머니를 죽인 원수들의 가슴에 피꽃을 피우자.  피꽃을.

뭬야? 그 놈 초상 끝나는 대로 사약 한 사발 퍼 멕여라.
우리 어머니가 먹고 죽은 펄펄 끓는 부자탕을 그 놈 아가X에 ㅊ넣으란 말이다!

소름이 쫙 끼치는 대사들입니다...


금삼의 피를 보고 통곡하는 안재모 연산군..
(야사서 파수편에는 금삼의 피를 본 임금이 그 천을 부여안고 밤낮으로 통곡했다고 나옵니다.)

저는 좋고 안좋고의 판단은 보시는 분들께 맡기고 제 느낌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유인촌씨의 연기는 감정의 진폭이 굉장히 큽니다. 뒤에 보실 유동근 연산군이 너무 정적이라서 실감이 안나고, 젊은 연산군 이민우(당시 19세), 안재모(당시 20세)의 연기가 너무 폭발적인 쪽에 치우친 느낌이라면 유인촌씨 연기는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진짜 맛이 살짝 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최근에 연산군 중에서는 정진영씨의 연산군이 유인촌씨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실록에 쓰여진 연산군의 행동들을 토대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몇 가지만 살펴봐도 갑자사화 당시 그는 이미 제대로 미친 X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이가 자신을 욕할까봐 두려워하여 궁녀들이 웃는 것도 싫어했다고 합니다. 신언패를 채우고, 훈민정음 사용금지를 시킬 정도로 심한 언론 탄압을 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을 아무도 못믿으니 모든 사람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그게 뜻대로 안되면 죽이고.. 어제까지 사랑하던 여인을 그 다음 날 찢어죽이고, 그런 식이죠. (편집증, 경계선 인격장애, 사회성 부족, 자기애적 성격장애, 애정결핍, 의존적 성격장애 등 다수 짐작 가능)

김처선에게 그가 그렇게 가혹했던 것도 그런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릴 때부터 마음 붙일 곳 없던 연산군이 김처선을 믿고 의지했기에 김처선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렇게 뼈아팠던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김처선에게 활화산같이 분노를 쏟아 부었던 것입니다. 연산이 장녹수를 그렇게 사랑한 것, 월산대군 부인 박씨에게 의지한 것 등을 보면 그는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산군을 굉장히 단순하게 묘사했습니다. 그냥 원래 천성이 나쁜 놈, 섹스에 미친 놈 정도로만 몰아갔거든요. 그러나 현대의 사극작가분들은 연산군 행동의 배후 심리를 추측하여 대본을 쓰신 것입니다. 그 당시 연산군이 단순하게 나쁜 놈이라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신병적인 문제가 일시에 폭발하여 그리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0123


이런 시각에서 보니까 각 작품마다 강조점이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유인촌씨의 연산군은 경계선 인격장애 + 자기애적 인격장애, 유동근씨의 연산군은 편집증 + 애정결핍 + 자기애적 성격장애, 이민우, 안재모의 연산군은 편집증 + 경계선 인격장애, 정진영씨의 연산군은 애정결핍 + 사회성 부족 + 의존적 성격장애 + 피해망상증 등이 보였습니다.
(제 눈에는 그랬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전혀' 아닙니다. 이에 대한 토론을 원하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틀린 점 지적이나 올바른 정보 또한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광기어린 눈을 번득이는 안재모 연산군과 김자원


유동근씨는 역시 실망을 시키지 않는 연기자입니다. 얼마 전에도 우연히 재방으로 장녹수를 잠깐 봤는데 10년이 넘은 연기임에도 어색함이 없으시더이다. (※드라마 한명회에서의 성종, 폐비 윤씨, 인수대비 연기, 장녹수에서 박지영씨의 장녹수, 인수대비의 연기는 전 조금 어색했어요. 뭔가 구식 연기라서 민망하더라구요. 다른 배역의 연기와 당시 상황 묘사, 스토리 전개까지 다 따졌을 때 현재 왕과 비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상을 보고 나면 폭군 연산군이 불쌍해보일 것입니다.


유동근의 연산군은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며,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하는 연산군입니다. 폐비의 자식이라는 것에서 오는 상처와 열등감, 폐비를 신원시키고 폐비의 복수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마음은 늘 허전합니다. 갑자사화가 끝난 후 평화가 찾아올 줄로 기대한 신하들은 연산군의 향락과 폭력의 강도가 점점 더 높아져서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폭발력을 너무 안보여주는게 좀 아쉽습니다. 유동근씨는 무슨 주문을 받았는지 너무 절제를 하십니다.
확~ 폭발해줘야 할 시점에도 조곤 조곤 속삭이면서 타이르듯 말을 하거든요.

늙은 내관의 말처럼 공포가 대궐 안팎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연산 자신이 그 공포의 희생자였으니...

장녹수 보고 있으면 연산군은 성군 같고, 정귀인 엄귀인이 임금한테 바락바락 대들어서 맞은 것 같다니까요. 설마 연산군이 저 장면에서 정귀인한테 곱게 타일렀겠습니까? 이민우, 안재모는 이럴 때 확 폭발을 해주니까 시원하더군요.  위의 동영상과 비슷한 부분입니다. 안재모의 연산군과 유동근 연산군이 거의 똑같은 대본으로 어떻게 표현을 하는지 비교해보세요. 간신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내시 김자원도 여기서는 그닥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안재모 연산군에게 충언을 고하는 김처선 동영상 (삭제됨.


이민우는 한명회(1994)에서, 안재모는 왕과 비(1998)에서 귀신같은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글 쓰기 전까지는 안재모 연산군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글쓰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안재모, 이민우는 광끼(광기)가 너무 안보였다는 점에서 -1점. 연산군이 너무 정상적으로 보였거든요. 그냥 정상인이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길길이 날뛰는 것으로 보였을 뿐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문제적 인간으로는 안보이네요.

한명회에서 엄귀인, 정귀인, 인수대비 찾아가서 행패 부리는 이민우 연산군


한명회 연산군에서 짧게 지나간 장면을 왕과 비에 두 영상으로 나누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연산군 폭발씬에서 꼭 나오는 세 장면: 금삼의 피 확인, 이세좌한테 술 따뤄주기, 인수대비한테 술 따뤄주기에서 가장 유명한 금삼의 피는 실록에 안나옵니다. 월탄 박종화 작가님의 소설 금삼의 피 때문에 유명해졌는데 이는 야사에만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사극은 정사와 야사를 섞기 때문에 이 장면도 흥미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들어가지만요.

금삼의 피


이 장면 말고 나머지 두 장면은 실록에서도 나옵니다. 인수대비에게 정귀인, 엄귀인의 아들을 끌고 간 연산군이 술을 따르라고 시키면서 ‘이것은 대비의 사랑하는 손자가 드리는 술잔이니 한 번 맛보시오.’ 라고 말하는 것이 연산군일기에 적혀져 있습니다. 성리학을 최고의 통치이념으로 알던 조선시대에 저런 짓을 하다니 연산군은 잘잘못을 떠나서 쫓겨날 만 했다고 봅니다. 윗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그의 행동이 결국 자기 무덤을 제 손으로 판 것이죠.


한편, 정진영씨를 보십시다.

왕의 남자 정진영 연산군 강성연 장녹수


저 눈빛 보이시죠?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저 눈빛, 무언가를 찾아헤매는 불안해보이는 행동이 딱 제대로 정신 나간 인간 같지 않습니까?? 저는 처음에 이 부분이 너무 적응이 안되서 정진영씨 연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폭군을 왜 정신병자로 만들어놨지? 이렇게 생각했거든요.ㅋㅋ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그 시점에 연산군은 이미 맛이 갔다고 보는게 정확한 것 같습니다. 정신병 때문이든,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든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의 눈빛 아닙니까?


아.. 한 명을 선택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려.. 흑흑..ㅠㅠ

그래서~~
저같은 괴로움을 겪으실 여러분을 위해서 복수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참고로 하시고 투표도 하시고 결과도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