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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거리/영화랑 드라마

왕과 나 VS 왕과 비(妃) 비교분석: 역사에로시트콤인가? 새로운 해석인가?

by 파란토마토 2008. 1. 16.

과연 왕과 나는 역사에로시트콤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만큼 실패한 드라마일까?? 이산, 대왕세종, 태왕사신기 모두 정통 사극은 아니라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태왕사신기는 그냥 환타지라는 비난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중
유독 왕과 나가 욕먹는 이유는 뭘까?
아마 이것도 저것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퓨전 사극이라고 보기에는 궁중 암투나 정치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정통 사극이라고 하기엔 역사왜곡이 너무 심하고, 너무 가벼워서 2% 부족해 보이는 것이 문제이다. 역시 어중간하게 중간을 선택하는 것은 잘하면 중용이지만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절충이 어렵다.

     왕과 나 OST 중 오프닝    VS   용의 눈물, 왕과 비 오프닝


아직 중전 윤소화(구혜선)이 폐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성패를 논하기는 약간 이른 것 같으니,,
동시대를 다룬 사극 드라마
왕과 비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해보자.

1. 세조
왕과 비 - 임동진님. 무식한 멧돼지로 여겨졌던 세조를 카리스마 있고 고뇌하는 군주로 바꾸어 놓음.
왕과 나 - 김병세님. 너무 잠시 나와서 이미지 각인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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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희왕후/대비
왕과 비 - 한혜숙님. 세조에게 "나는 며느리가 무섭습니다."라고 했던 대사는 실제 역사 속의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는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기 위한 거사, 계유정난을 도모할 때 갑옷과 무기를 챙겨줄 정도로 야심차고, 대담했으며, 조선 최초로 수렴청정을 하며 정치에 깊숙히 관여를 한 인물인데 왕과 비에서는 너무 인자하게 나왔다.

왕과 나 - 양미경님. 양미경님의 아름다운 미모는 사극에 출연하신 대비분들 중 최고이나, 대사의 억양이 종종 어색해 보여서 몰입에 방해될 때가 있다. 초반 몇 십회를 며느리인 전인화씨보다 더 젊어보일 정도로 젊고 아름답게 꾸미고 나왔을 때는 연기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해 보여서 안타까웠다.

왕과 나에서 정희왕후 캐릭터는 너무 부드럽고 자애로운 면만 보여주고 있으나, 며느리인 인수대비를 나무라거나 자기 주장을 끝까지 내세우는 모습은 왕과 비보다 더 역사적으로 가까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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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혜왕후/인수대비
왕과 비 - 채시라님. 그 전에 어떤 드라마를 보아도 악역도 선역도 아닌 인물이 저렇게 강하게 뇌리에 박힌 적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명연기. 젊은 나이에 그 연기를 어찌 하였는지 놀라울 뿐이다. 왕과 비에서는 채시라의 연기력으로도, 캐릭터로서도 인수대비를 아주 잘 표현했다고 본다. 그녀의 권력욕과 아들에 대한 소유욕, 며느리에 대한 질투를 잘 그려내었다. 그러나 인수대비가 시어머니에게 너무 반박하는 듯한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비록 그녀의 별명이 폭빈이긴 했으나 그녀는 내훈을 펴낼 정도로 현모양처가 되고자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거리가 멀었을 것임.ㅋ)

왕과 나 - 전인화님. 이런 최상의 연기자를 데려다놓고 왜 저렇게 밖에 이용을 못할까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 채시라와는 또 다른 인수대비가 탄생할 것을 기대했는데 왕과 나의 인수대비는 판단력이 너무 흐려서 정희왕후보다 더 답답해 보인다. 캐릭터가 너무 단순하다. 남의 말, 비방, 소문을 잘 믿고, 정치적인 통찰력이 부족하다. 권력에 대한 욕심도 전혀 없어 보이는 모습, 또한 정권에 개입하지도 않는 모습.. 이건 좀 아닌데.. 인수대비의 매력이자 단점을 조금만 더 보여준다면 좋으련만.. 안타까운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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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종
왕과 비 - 이진우님. 왕과 비에서는 성종을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너무 미화했다. 폐비 윤씨를 중전에서 내칠 때 성종이 얼마나 고약하게 굴었는데 그리 인정많고 따사로운 사람으로 그리다니. 중전에서 폐서인으로 만든 것도 부족해 가족들 다 원지부처 시키고 식량조차 구할 방법이 없도록 만든 잔인한 사람인데... -_-;; 이런 사람을 몇 번의 오해와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 때문에 왕비를 내친 걸로 그렸다. 이보세요, 유동윤 작가님, 성종은 연산군에게도 '어미를 닮아 그 모양'이라고(이건 숙종인데 제가 착각) 구박을 한 아비라고요!!

왕과 나 - 고주원님. 흠......... 이건 그야말로 찌질이 중에 상찌질이..-_-;; 주인공을 이렇게 매력없게 그려놓으면 어떡하나. 좀 있으면 윤소화는 폐비될텐데 극 후반부를 꽉 쥐고 가야할 사람이 성종인데 고주원의 연기도 어색하지만 인물 자체가 너무 매력이 없다. 오죽하면 왕과 나 팬들조차도 찌질성종, 바람性종, 색종이라고 부르겠나.

감독님, 성종이 엄마 말에 휩쓸려서 오락가락 하긴 했지만.. 연산군을 좀 구박하긴 했지만... 후궁이 좀 심하게 많긴 했지만.. 그래도 찌질이는 아니었거든요.. 제발 정치 좀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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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폐비 윤씨/제헌왕후
왕과 비 - 김성령님. 아름답지만 굉장히 사악하다. 이 정도로 악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성깔이 보통이 넘긴 했을 것이다. 처음에 그녀가 소박하다고 좋아했던 대왕대비(정희왕후)도 그녀의 성질머리에 질렸고, 후궁 단속이 보통이 아니었으며, 감히 인수대비한테도 반항을 했으니... 죽으려고 악을 썼다고 봐야지.;

그렇다고 피 토한 적삼을 굳이 아들한테 보여달라고 할 건 뭔가. 아들이 왕 위에 잘 오르기를 비는게 우선 순위지. 하긴 억울하게 누명쓰고 죽으니 그런게 보였을까마는..ㅋ

왕과 나 - 구혜선님. 일단 나잇대부터가 굉장한 왜곡이다. 그녀는 성종보다 12살이나 많았고 시어머니 인수대비와 8살 밖에 차이나지 않았는데 - 그래서 인수대비가 더 싫어했음 - 성종과 동갑으로 나오니 굉장히 젊어졌다. 일단!! 어린 후궁들과 경쟁력이 생겼으니까 애정전선에서 좀 유리했졌다. 다만, 그녀의 성격이 너무 착하고 곧게 나오는 것이 불만인데 그것을 설정으로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의 성격을 유지해주니 그냥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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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현왕후
왕과 비 - 이름 모름. 굉장히 단아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배우분이다. 그녀는 폐비 윤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왕과 비에서는 너무 유순하고 착하게 나온다. 폐비의 폐출 원인이 투기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표시내지 않았다고 보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연산군을 친아들처럼 키웠다고 하지만 당연한 거 아닌가? 계모인 거 들켜봐야 자신과 진성대군(훗날 중종)한테도 유리할 게 없는데.

왕과 나 - 이진님. 음.....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도, 연기도 정말 적응 안되지만 참는다.;; 폐비 윤씨와 우애가 아주 좋은 것으로 나오는데.. 솔직히 왜곡이라 생각하지만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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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엄귀인과 정귀인
(←엄소용과 정소용에서 후궁첩지 바뀜.)
왕과 비 - 윤유선님과 김정란님. 굉장히 얄밉게 나왔다.ㅋ
왕과 나 - 이름 모름. 젊은 연기자들이라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얄미운 역할에는 딱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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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명회
왕과 비 - 최종원님. 이덕화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멋진 연기. 굉장히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지혜로웠다. 날카로운 이성과 해학을 같이 보여준 인물.
왕과 나 - 김종결님. 정치 밖에 모르지만 그 방면으로도 비상해 보이지도 않고 유머도 없는 매력없는 캐릭터. 실제 한명회가 저 수준이었다면 그토록 오래 재상을 해먹긴 커녕 난세의 칼날에 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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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일 중요한 김처선
왕과 비 - 김성환님. 너무 인자해 보였음. 크게 각인되지 않음.
왕과 나 - 오만석님. 심한 역사 왜곡. 7대 임금을 거쳤고, 5대 임금을 모셨던 할아버지인데 완전히 몇 대를 거슬러서 젊어지셨다. 이건 캐릭터 설정이니... 그렇다 치고, 너무 매력없고 답답한 캐릭터. 착하고 지조있는 건 알겠는데... 시청자가 몰입될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주인공 아닌가. 큰일이다 큰일. 중전 곧 폐비될 것이고, 성종 죽고 나면 극후반에는 혼자 남는데, 이렇게 흡인력이 없어서 극을 어찌 이끌어 갈지.. 어쨋든 외골수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칼 들고 날뛰는 연산군 앞에서 기 안죽고 끝까지 바른 말하는 인물로는 어울리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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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폐비 윤씨의 엄마 신씨
왕과 비 - 여운계님. 불쌍한 모친 역으로 딱.
왕과 나 - 최정원님. 너무 젊고 고와서 불쌍하고 소박한 폐비의 모친으로 안어울린다. 나중에 할머니 역할을 어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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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동근 폭행사건이니, 피디교체니 해서 시끄러운 드라마 왕과 나,

매력적인 아역들의 깜찍한 연기, 두 거장 유동윤 작가, 김재형 피디님의 만남으로 처음에는 이산의 두 배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렸던 왕과 나는 현재 20%도 안되게 시청률이 하락하여 초라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왕과 나는 김처선(오만석)에게 똥 먹이기, 출생의 비밀, 어우동과 성종의 짜릿한 만남 등 온갖 선정적인 설정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시청률 상승은 커녕 많은 사람들로부터 역사에로시트콤 아니냐는 놀림까지 받을 정도로 비웃음을 사고 있고, 하이에나처럼 씹을 거리를 찾아헤매던 찌라시 기자들은 신난 듯이 이 상황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왕과 나는 연기자들의 자질 부족, 무리한  설정, 역사 왜곡 등으로 유치하고 작위적이지만 사극 거장 김재형 피디님의 마지막 작품이 너무 초라해진 것 같아서 나도 안스럽다.

이제 폐비 되고, 연산군 자라서 궁궐 뒤집을 일만 남은 왕과 나,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멋진 사극으로 되살아나서 김재형 감독님의 명예를 지켜주길 바란다!


사족>
왕과 비
- 천~~한 피가 흐르고 있음이야.
왕과 나 - 네 어찌 사특한 말로 나를 기망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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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거세당한 자들, 그러나 카리스마가 있었다"
연산군 이야기 (성종, 폐비 윤씨 이야기 추가)
역대 사극 속의 연산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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