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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소개 - 효를 주제로 한 시조 두 편 (반중 조홍감이 ~,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버이 살아실제~ )

by 파란토마토 2011. 7. 29.

반중 조홍감이 ~                                 - 박인로 -

         


                                                   
                           <해동가요, 노계집>

 [현대어 풀이]

  • 쟁반 가운데에 놓인 일찍 익은 감(홍시)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 유자가 아니라 해도 품어 가지고 갈 마음이 있지만
  • 감을 품어가도 반가워 해 줄 부모님이 안 계시니 그것이 서럽구나.

 [창작배경]

'早紅枾歌(조홍시가)'라 이름하는 이 노래는, 지은이가 선조 34년 9월에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을 찾아가 조홍시를 대접 받았을 때, 회귤(懷橘) 고사(故事)를 생각하고 돌아가신 어버이를 슬퍼하여 지은 효도의 노래이다.

 [이해와 감상]

 작자는 퇴관하여 은일 생활을 존경하여 한음 이덕형 선생을 자주 찾았다. 반가운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소반에 받쳐 내놓은 조홍감을 보자, 불현듯 회귤 고사가 생각나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슴에 떠올랐던 것이다. 이미 돌아가신 어머님을 그리고 생각하는 애절한 심정이 우리의 가슴을 찌르고, 작자의 어버이에 대한 효성심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마디로 풍수지탄(風樹之嘆)을 연상하게 하는 노래이다.

 [정리]

성격 : 평시조, 사친가(思親歌), 조홍시가

표현 : 인용법

주제 : 효심(孝心). 풍수지탄(風樹之嘆)

참고 : 육적의 회귤고사(懷橘故事)

  " 삼국 시대 오군(吳郡) 사람 육적(陸績)이 여섯 살 때에 원술(袁術)을 찾아갔더니, 원술이 귤 세 개를 먹으라고 주었는데, 육적이 그것을 품속에 품었다가 일어설 때에 품었던 귤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원술이 그 연유를 물은즉, 어머님께 드리려고 품었다고 대답하더라는 고사인데, 회귤의 고사는 곧 효도를 뜻한다. "




 훈 민 가 (訓民歌)                                                    - 정 철 -

         
         [1] 아바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 곳 아니면 이 몸이 사라시랴

              하늘갓튼 가업슨 은덕을 어데 다혀 갑사오리.

         

        [2] 님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땅이로다.

             내의 셜운 일을 다 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진 미나리 홈자 엇디 머그리.

         

        [3] 형아 아애야 네 살할 만져 보아

             뉘손듸 타 나관데 양재조차 가타산다

             한 졋 먹고 길러나 이셔 닷 마음을 먹디 마라.

         

        [4] 어버이 사라신 제 셤길 일란 다하여라.

             디나간 후면 애닯다 엇디하리

             평생(平生)애 곳텨 못할 일이 잇뿐인가 하노라.

         

        [5] 한 몸 둘혜 난화 부부를 삼기실샤

             이신 제 함끠 늙고 주그면 한데 간다

             어대셔 망녕의 꺼시 눈 흘긔려 하나뇨.

         

        [6] 간나희 가는 길흘 사나희 에도다시,

             사나희 녜는 길을 계집이 츠ㅣ도다시,

             제 남진 제 계집 하니어든 일홈 뭇디 마오려.

         

        [7] 네 아들 효경 닑더니 어도록 배홧나니

             내 아들 쇼학은 모래면 마찰로다

             어내 제 이 두 글 배화 어딜거든 보려뇨.

         

         [8] 마을 사람들아 올한 일 하쟈스라

              사람이 되어나셔 올치옷 못하면

              마쇼를 갓 곳갈 씌워 밥머기가 다르랴.

         

        [9]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티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막대 들고 좇으리라.

             향음주(鄕飮酒)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10]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有信)하야.

               내의 왼 일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 곳 아니면 사람되미 쉬울까.

         

        [11] 어와 뎌 족해야 밥 업시 엇디할꼬

               어와 뎌 아자바 옷 업시 엇디할꼬

               머흔 일 다 닐러사라 돌보고져 하노라.

         

        [12] 네 집 상사들흔 어도록 찰호산다

               네 딸 셔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13] 오날도 다 새거다 호믜 메고 가쟈사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졈 매여 주마.         

               올 길헤 뽕 따다가 누에 머겨 보쟈사라.

         

        [14] 비록 못 니버도 남의 옷을 앗디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비디 마라.

               한적 곳 때 시른 후면 고텨 씻기 어려우리.

         

        [15] 쌍육(雙六) 장기(將碁) 하지 마라 송사(訟事) 글월 하지 마라.

               집 배야 무슴 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엇지,

               나라히 법을 세오샤 죄 잇난 줄 모로난다.

         

        [16] 이고 진 뎌 늘그니 짐 프러 나랄 주오

               나난 졈엇꺼니 돌히라 므거올까

               늘거도 설웨라커든 지믈 조차 지실까.

                                                                               <송강가사>

 [현대어 풀이]

[1]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께서 나를 기르시니 / 두 분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이 살아 있었겠는가 / 하늘 같이 높으신 은덕을 어느 곳에 갚아 드리오리까 ?

[3]   형아, 아우야, 네 살들을 한번 만져 보아라. / (너희 형제가)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얼굴의 생김새까지도 닮았단 말이냐? / (한 어머니에게서) 같은 젖을 먹고 길러졌기에, 딴 마음을 먹지 마라.

[4]   부모님 살아계실 동안에 섬기는 일을 정성껏 다하여라. / 세월이 지나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리 뉘우치고 애닯다 한들 어찌하겠는가 /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이 부모님 섬기는 일이 아닌가 하노라.

[5]   한몸을 둘로 나누어 부부를 삼으셨기에 / 살아있는 동안에 함께 늙고 죽어서도 같은 곳에 가는구나 / 어디서 망령된 것이 눈을 흘기려고 하는가?

[6]   여자가 가는 길을 남자가 멀찌감치 떨어져 돌아서 가듯이, / 또 남자가 가는 길을 여자가 비켜서 가듯이, / 제 남편, 제 아내가 아니거든 이름도 묻지 마시오.

[8]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을 하자꾸나. / 사람으로 태어나서 옳지 못하면 / 말과 소에게 갓이나 고깔을 씌워 놓고 밥이나 먹이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 있겠는가?

[9]   (어른이 기동할 때에 만일) 팔목을 쥐시는 일이 있거든 (그 손을) 내 두 손으로 받들어 잡으리라. / 나들이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가실 때에는 지팡이를 들고 따라 모시리라. / 향음주가 다 끝난 뒤에는 또 모시고 돌아오련다.

[10] 남남으로 생긴 가운데에 친구같이 신의가 있어 / 나의 모든 일을 말하려 하노라 / 이 몸이 친구가 아니면 사람됨이 쉬울까?

[11] 아, 저 조카여, 밥 없이 어찌할 것인고? / 아, 저 아저씨여, 옷 없이 어찌할 것인고? / 궂은 일이 있으면 다 말해 주시오. 돌보아 드리고자 합니다.

[13] 오늘도 날이 다 밝았다, 호미를 메고 나가자꾸나. / 내 논을 다 매거든 너의 논을 조금 매어 주마. /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에게 먹여 보자꾸나.

[16] 머리에 이고 등에 짐을 진 저 늙은이, 짐을 풀어서 나에게 주오. / 나는 젊었거늘 돌이라도 무겁겠소? / 늙는 것도 서럽다 하는데 무거운 짐까지 지셔야겠소?

 

 [창작 배경]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인 정 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재직하였던 1580년(선조13) 정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백성들을 계몽하고 교화하기 위하여 지은 작품이다. 송나라 때 진고령(陳古靈)이 백성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조목별로 쓴 '선거권유문(仙居勸諭文)' 13조목에다, 군신(君臣), 장유(長幼), 붕우(朋友) 3조목을 추가하여 각각 한 수씩 읊은 것으로, 유교의 윤리를 주제로 한 교훈가이다.

 [이해와 감상]

 '훈민가'가 계몽적 · 교훈적 노래이면서도 세련된 문학으로 설득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언어 형식에 있다. 유교적 윤리관에 근거한 바람직한 생활의 권유라는 주제를 표현하되, 현실적 청자인 백성들의 이해와 접근이 용이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중국 문학에서 차용한 한자 · 한문이 거의 없다. 어법에 있어서도 완곡한 명령이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청유의 형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 지은이가 이런 언어 형식을 취한 것은 통치자로서의 명령적, 지시적 태도를 버리고 인간적인 데에 호소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 결과, '훈민가'는 훈민(訓民)이라는 목적 의식에서 지어진 많은 시조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고, 친근감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 리]

성격 : 연시조, 훈민가(訓民歌), 교민가(敎民歌), 교훈가

▶ 전체 구성

    제1수 - 부의모자(父義母慈)

    제2수 - 군신 (君臣)

    제3수 - 형우제공(兄友弟恭)

    제4수 - 자효(子孝)

    제5수 - 부부유은(夫婦有恩)

    제6수 - 남녀유별(男女有別)

    제7수 - 자제유학(子弟有學)

    제8수 - 향려유례(鄕閭有禮)

    제9수 - 장유유서(長幼有序)

    제10수 - 붕우유신(朋友有信)

    제11수 - 빈궁우환(貧窮憂患) 친척상구(親戚相救)

    제12수 - 혼인사상인리상조(婚姻死喪隣里相助)

    제13수 - 무타농상(無惰農桑)

    제14수 - 무작도적(無作盜賊)

    제15수 - 무학도박(無學賭博). 무호쟁송(無好爭訟)

    제16수 - 반백자불부대(班白者不負戴)

    ※ 제3수의 '군신', 제9수의 '붕우유신', 제10수의 '붕우유신'은 <선거권유문>에 없는 내용을 추가한 부분이고, '무이악릉선, 무이부탄빈, 행자양로, 경자양반'의 4조목은 채택하지 않았으며, '무학도박'과 '무호쟁송'은 시조 1수의 제재로 용해시켜서 표현함.

창작 의도 : 유교적인 윤리관에 근거하여 바람직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권유하는 데 있었지만, 작가 정철은 사대부 계층의 선험적인 가치체계를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명령하는 어법을 사용하지 않고, 백성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인간관계를 설정하고 정감어린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제재들을 다룬 어떤 작품들보다도 강렬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 '훈민가(訓民歌)'의 특성

① 윤리(倫理) 도덕(道德)의 실천 궁행(實踐躬行)을 목적으로한 목족 문학(목적문학)이다.

② 강원도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한 계몽적이며 교훈적인 성격의 노래이다.

③ 문학적인 운치나 창의성은 적지만. 평이한 말 속에 인정의 기미를 곁들여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④ 고유어를 사용하여 백성들의 이해와 접긍이 용이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⑤ 청유 어법을 활용하여 설득하는 힘이 강하다.

▶ 주제 : 유교의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