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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드라마 황진이 캡쳐 사진 가져옴.


 내 언제 무신하여 ∼                 - 황진이 -

                  

 [현대어 풀이]

  • 내 언제 신의 없이 님을 언제 속였길래(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 달도 기운 깊은 밤에 님이 오려는 뜻(기척)이 전혀 없네.(임이 찾아주지 않는 안타까움)
  • 추풍에 떨어지는 잎 소리야 난들 어이하리오.(임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 지는 닙 → 시적 화자의 외로운 심정을 대변하는 사물.

    * 秋風(추풍) → 쓸쓸한 이미지를 통해 슬픔과 외로움이라는 화자의 정서를 대변

 [이해와 감상]

여류 시조 작가의 대명사인 황진이의 시조로, 소식이 없는 임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원망의 정서를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로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가을 밤에 초조하게 임을 기다리며,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를 임의 인기척으로 착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한 여인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임이 찾아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임이 찾아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조는 서화담의 노래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에 화답한 것이라고 한다. 비록 스승과 제자의 사이지만 이성으로서의 애정을 은근히 느끼게 된 것은 황진이나 서화담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그것을 순수한 애정으로 승화시킨 데에 화담의 고매한 덕성과 황진이의 반짝이는 총명이 조화를 이루었던 것이다.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하는 서화담의 은근한 연정을 넌지시 받아서, '가을 바람에 지는 잎 소리야 난들 어이하리오.'라는 구절은 체념하는 듯하면서도 속으로는 더욱 간절한 애정을 담고 있다.

 [정 리]

 ◇ 성격 : 평시조, 연정가 - 감상적

 ◇ 주제 : 임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



 



동짓달 기나긴 밤을 ~                           - 황진이  -

         


                                                                           
              <청구영언>

 [현대어 풀이]

  • 동짓달의 기나긴 밤(기다림의 시간)의 한가운데를 둘로 나누어서
  • 따뜻한 이불(만남의 시간) 아래에 서리서리 간직해 두었다가
  • 정 둔 임이 오시는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서 더디게 밤을 새리라.

 [이해와 감상]

 기녀 시조의 본격화를 이루었고, 시조 문학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황진이의 절창 중의 하나이다.

임이 오시지 않는 동짓달의 기나긴 밤을 외로이 홀로 지내는 여인의 마음이, 임이 오시는 짧은 봄밤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동짓달의 기나긴 밤을 보관해 두자는 기발한 착상을 하기에 이른다.

또한 중장과 종장에서는 '서리서리', '구뷔구뷔'와 같은 의태어를 사용하여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매우 효과적을 나타낼 수가 있었다.

혼자 임을 기다리며 지내야 하는 긴 '겨울밤'과 낮이 길어 임과 함께 하는 밤이 짧은 '봄'이 서로 대조가 되어, 임과 오래 있고 싶은 화자의 심정이 잘 묘사되어 나타난다. 문학성을 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예술적 향취를 풍기는 작품으로, 기교적이면서도 애틋한 정념이 잘 나타나 있다.

 [정 리]

▷성격 : 평시조, 연정가(戀情歌)

▷표현 : 의태어의 적절한 사용, 관념(시간)의 시각화

             기발한 착상(긴 기다림의 시간을 잘라서 짧은 만남의 시간을 연장시키겠다고 함.)

             문학적 기교와 애틋한 정서를 잘 조화시켜 예술성을 확보함.

▷주제 : 정든 임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정

 


어져 내 일이야                                  - 황진이 -

         


                                                                           
        <청구영언>

 [현대어 풀이]

  • 아, 내가 한 일이여!  이렇게 그리워 할 줄을 몰랐단 말인가?
  • 있으라고 말씀드리면 임께서 굳이 가셨겠는가?
  • 보내놓고 나서 그리워하는 정은 나도 모르겠구나!

 

 [창작 배경]

 작자가 사대부 황진사의 서녀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여 스스로 시와 서예, 묵화와 음률을 배워 문인을 비롯한 석학들과 교류하였다.

 

 [이해와 감상]

 " 아, 내가 한 짓을 좀 보아라, 이게 무슨 꼴이람. 막상 보내 놓고 나면 이렇게 더욱 그리워질 줄을 미처 몰랐단 말이냐. 제발 나를 버리고 가지 말고, 있으라고 만류하였던들 이렇게 뿌리치고 가 버리지는 않았을  것을. 하필, 말리지 못하고 보내놓고 나서 더욱 그리워하는 이 심정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

당혹해서 마음에도 없는 엉뚱한 행동을 하기가 일쑤인 것이 사랑의 생리임을, 사랑을 해 본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초장과 중장은 임을 보낸 후의 후회를 나타내고 있으며, 종장에서는 떠나 보낸 후에 더욱 간절해지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애써 체념조로 가라앉히고 있다.

문두에 등장하는 '어져'라는 말은 이별을 하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던 그리움을 깨닫게 되었다는 표현과 더불어 생생하게 표현한 신선한 감각이 느껴진다. 특히 이 시조의 표현상의 절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제 구태여'의 행간 걸림이다. '제 구태여'는 앞과 뒤에 동시에 걸리는 말로서, 앞에 걸려서는 '임이 굳이 가겠는가마는'의 도치형을 만들고, 뒤에 걸려서는 '자기가 구태여 보내고'라는 뜻을 가져 황진이 자기 자신을 일컫게 되기도 한다.

여성의 섬세한 표현이 부드럽고 고운 시어를 구성하고 있으며, 임을 위해 떠나 보낸 뒤 말없이 임을 그리워하는 동양적인 여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정리]

 □ 성격 : 평시조, 연정가

 □ 표현 : 우리말의 절묘한 구사를 통해 화자의 심리상태를 섬세하고 곡진하게 표현함.

              도치법, 영탄법

 주제 : 임을 그리워하는 회한의 정

 □ 가치 : 고려 속요인 <가시리>, <서경별곡>과 현대의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이어주는 이별시의 절창이라

                  할 수 있음.


 



 청산은 내 뜻이오 ~                           - 황진이 -

         

         
                                                             
          <청구영언, 해동가요,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 청산은 나의 뜻이요, 녹수(푸른 물)는 님의 정이라.
  • 녹수가 흘러간들 청산의 뜻이야 변할 것인가?
  • 녹수도 청산을 잊지 못해 울면서 흘러 가는구나.

 [이해와 감상]

 '청산'과 '녹수', 변함없는 푸른 산과 자꾸만 흘러가서 한때도 머무르지 않는 물결, 변함없는 작자의 뜻과 변덕스러운 님의 정을 이것들에 비유한 착상이 평범하면서도 신선미가 넘친다.

여기서의 '청산'은 '불변하는 것'이며 곧 '나'와 동일시되고 있다. '녹수'는 '변화하는 것'으로 곧 '님'을 상징하고 있다. 이로써 녹수(님)가 흘러가도 변하지 않을 스스로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녹수의 흘러감'으로 표상되는, 인간이 지니는 숙명적 불안감과 허무감은 사대부들의 자연인식과는 근본적으로 인식을 달리하는 것이다. 사대부들에게 있어서 '녹수'나 '청산'은 다 같이 시간적으로 무한한 영원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사대부의 시에서 변하는 인간과 대비되는 자연물들로서 이 두 소재가 다 함께 채택된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황진이는 녹수의 흘러감, 즉 그 유한성에 주목함으로서 사대부들의 당위론적인 자연 인식과는 다른 이미지를 창출해 내었다.

    결국 나에 대한 임의 사랑이 설령 바뀌었다 하더라도 임에 대한 나의 마음은 영원함을 노래하고 있다. '청산'이 넘치는 애정과 정열에 불타는 내 마음이라면, 그 밑으로 푸르름을 머금고 흐르는 '녹수'는 임이 나에게 속삭여주던 정이라 할 수 있다.

   청산은 녹수가 영원히 자신의 품안에 있기를 원하지만, 녹수는 더 좋은 경치를 향해 떠나간다. 그러나 흘러간 녹수야 지금 있건 없건, 임을 향한 청산의 마음이야 변할 까닭이 있겠는가? 그리고 저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아 녹수도 청산을 잊지 못해 눈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리라.

 [정 리]

 □ 성격 : 평시조, 단시조, 연정가

 □ 표현 : 비유적 표현(은유)

 □ 주제 : 임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






청산리 벽계수 ㅣ야                           - 황진이 -

         


                                                
                               <청구영언, 해동가요>

 [현대어 풀이]

  •  청산에 흐르는 푸른 시냇물아, 빨리 흘러가는 것을 자랑하지 말아라.
  • 한 번 넓은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니,
  • 밝은 달이 텅빈 산에 가득 비추고 있으니 잠시 쉬어간들 어떠하겠는가?

 [창작 배경]

  당시 종친의 한 사람인 벽계수(李渾源)라는 사람이 하도 근엄하여 딴 여자를 절대로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높았다. 마침 그 때 그가 개성에 와서 달밤에 나귀를 타고 만월대를 산책할 때에, 소복 차림한 황진이가 이를 시험해 보려고 그에게 다가가 이 노래를 건넸더니, 벽계수는 황진이의 시재(詩才)와 미모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나귀 등에서 내려서는 하룻밤의 시흥을 돋우었다고 한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중의적인 표현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벽계수'는 흐르는 물과 왕족인 벽계수(碧溪水)를, '명월'은 달과 황진이 자신을 동시에 의미한다.

일차적으로 이 시조는, 아름다운 기녀가 한 강직한 선비를 유혹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벽계수에게 자신과 이 달 밝은 밤의 빈 산에서 함께 어우러져 놀아보자는 유혹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초장의 '청산'은 영원히 변함없는 자연을 나타내며, '벽계수'는 순간순간 쉬지 않고 변해가는 인간의 삶을 뜻한다. 영원한 자연에 비해 순간적이고 덧없기만 한 인생, 그 허망한 인생을 풍류로 한 번 달래보자는  기녀다운 호소력을 지닌 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

    *청산리 → 푸른 산속
       *벽계수 → 푸른 시냇물, 종친 벽계수를 빗댄 말
       *수이 → 쉽게, 빨리
       *일도창해 → 한번 넓은 바다에 이름
       *명월 → 밝은 달인데, 황진이의 예명이기도 하다. '벽계수'와 아울러 이른 바 중의법으로 표현됨.
       *만공산 → 텅빈 산에 가득 차 있다.

 [정 리]

 ▶ : 평시조, 연정가

  : 중의법.

  : 인생 무상에 대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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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조홍감이 ~                                 - 박인로 -

         


                                                   
                           <해동가요, 노계집>

 [현대어 풀이]

  • 쟁반 가운데에 놓인 일찍 익은 감(홍시)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 유자가 아니라 해도 품어 가지고 갈 마음이 있지만
  • 감을 품어가도 반가워 해 줄 부모님이 안 계시니 그것이 서럽구나.

 [창작배경]

'早紅枾歌(조홍시가)'라 이름하는 이 노래는, 지은이가 선조 34년 9월에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을 찾아가 조홍시를 대접 받았을 때, 회귤(懷橘) 고사(故事)를 생각하고 돌아가신 어버이를 슬퍼하여 지은 효도의 노래이다.

 [이해와 감상]

 작자는 퇴관하여 은일 생활을 존경하여 한음 이덕형 선생을 자주 찾았다. 반가운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소반에 받쳐 내놓은 조홍감을 보자, 불현듯 회귤 고사가 생각나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슴에 떠올랐던 것이다. 이미 돌아가신 어머님을 그리고 생각하는 애절한 심정이 우리의 가슴을 찌르고, 작자의 어버이에 대한 효성심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한마디로 풍수지탄(風樹之嘆)을 연상하게 하는 노래이다.

 [정리]

성격 : 평시조, 사친가(思親歌), 조홍시가

표현 : 인용법

주제 : 효심(孝心). 풍수지탄(風樹之嘆)

참고 : 육적의 회귤고사(懷橘故事)

  " 삼국 시대 오군(吳郡) 사람 육적(陸績)이 여섯 살 때에 원술(袁術)을 찾아갔더니, 원술이 귤 세 개를 먹으라고 주었는데, 육적이 그것을 품속에 품었다가 일어설 때에 품었던 귤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원술이 그 연유를 물은즉, 어머님께 드리려고 품었다고 대답하더라는 고사인데, 회귤의 고사는 곧 효도를 뜻한다. "




 훈 민 가 (訓民歌)                                                    - 정 철 -

         
         [1] 아바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 곳 아니면 이 몸이 사라시랴

              하늘갓튼 가업슨 은덕을 어데 다혀 갑사오리.

         

        [2] 님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땅이로다.

             내의 셜운 일을 다 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진 미나리 홈자 엇디 머그리.

         

        [3] 형아 아애야 네 살할 만져 보아

             뉘손듸 타 나관데 양재조차 가타산다

             한 졋 먹고 길러나 이셔 닷 마음을 먹디 마라.

         

        [4] 어버이 사라신 제 셤길 일란 다하여라.

             디나간 후면 애닯다 엇디하리

             평생(平生)애 곳텨 못할 일이 잇뿐인가 하노라.

         

        [5] 한 몸 둘혜 난화 부부를 삼기실샤

             이신 제 함끠 늙고 주그면 한데 간다

             어대셔 망녕의 꺼시 눈 흘긔려 하나뇨.

         

        [6] 간나희 가는 길흘 사나희 에도다시,

             사나희 녜는 길을 계집이 츠ㅣ도다시,

             제 남진 제 계집 하니어든 일홈 뭇디 마오려.

         

        [7] 네 아들 효경 닑더니 어도록 배홧나니

             내 아들 쇼학은 모래면 마찰로다

             어내 제 이 두 글 배화 어딜거든 보려뇨.

         

         [8] 마을 사람들아 올한 일 하쟈스라

              사람이 되어나셔 올치옷 못하면

              마쇼를 갓 곳갈 씌워 밥머기가 다르랴.

         

        [9]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티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막대 들고 좇으리라.

             향음주(鄕飮酒)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10]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有信)하야.

               내의 왼 일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 곳 아니면 사람되미 쉬울까.

         

        [11] 어와 뎌 족해야 밥 업시 엇디할꼬

               어와 뎌 아자바 옷 업시 엇디할꼬

               머흔 일 다 닐러사라 돌보고져 하노라.

         

        [12] 네 집 상사들흔 어도록 찰호산다

               네 딸 셔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13] 오날도 다 새거다 호믜 메고 가쟈사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졈 매여 주마.         

               올 길헤 뽕 따다가 누에 머겨 보쟈사라.

         

        [14] 비록 못 니버도 남의 옷을 앗디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비디 마라.

               한적 곳 때 시른 후면 고텨 씻기 어려우리.

         

        [15] 쌍육(雙六) 장기(將碁) 하지 마라 송사(訟事) 글월 하지 마라.

               집 배야 무슴 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엇지,

               나라히 법을 세오샤 죄 잇난 줄 모로난다.

         

        [16] 이고 진 뎌 늘그니 짐 프러 나랄 주오

               나난 졈엇꺼니 돌히라 므거올까

               늘거도 설웨라커든 지믈 조차 지실까.

                                                                               <송강가사>

 [현대어 풀이]

[1]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께서 나를 기르시니 / 두 분이 아니셨더라면 이 몸이 살아 있었겠는가 / 하늘 같이 높으신 은덕을 어느 곳에 갚아 드리오리까 ?

[3]   형아, 아우야, 네 살들을 한번 만져 보아라. / (너희 형제가)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얼굴의 생김새까지도 닮았단 말이냐? / (한 어머니에게서) 같은 젖을 먹고 길러졌기에, 딴 마음을 먹지 마라.

[4]   부모님 살아계실 동안에 섬기는 일을 정성껏 다하여라. / 세월이 지나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리 뉘우치고 애닯다 한들 어찌하겠는가 /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이 부모님 섬기는 일이 아닌가 하노라.

[5]   한몸을 둘로 나누어 부부를 삼으셨기에 / 살아있는 동안에 함께 늙고 죽어서도 같은 곳에 가는구나 / 어디서 망령된 것이 눈을 흘기려고 하는가?

[6]   여자가 가는 길을 남자가 멀찌감치 떨어져 돌아서 가듯이, / 또 남자가 가는 길을 여자가 비켜서 가듯이, / 제 남편, 제 아내가 아니거든 이름도 묻지 마시오.

[8]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을 하자꾸나. / 사람으로 태어나서 옳지 못하면 / 말과 소에게 갓이나 고깔을 씌워 놓고 밥이나 먹이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 있겠는가?

[9]   (어른이 기동할 때에 만일) 팔목을 쥐시는 일이 있거든 (그 손을) 내 두 손으로 받들어 잡으리라. / 나들이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가실 때에는 지팡이를 들고 따라 모시리라. / 향음주가 다 끝난 뒤에는 또 모시고 돌아오련다.

[10] 남남으로 생긴 가운데에 친구같이 신의가 있어 / 나의 모든 일을 말하려 하노라 / 이 몸이 친구가 아니면 사람됨이 쉬울까?

[11] 아, 저 조카여, 밥 없이 어찌할 것인고? / 아, 저 아저씨여, 옷 없이 어찌할 것인고? / 궂은 일이 있으면 다 말해 주시오. 돌보아 드리고자 합니다.

[13] 오늘도 날이 다 밝았다, 호미를 메고 나가자꾸나. / 내 논을 다 매거든 너의 논을 조금 매어 주마. /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에게 먹여 보자꾸나.

[16] 머리에 이고 등에 짐을 진 저 늙은이, 짐을 풀어서 나에게 주오. / 나는 젊었거늘 돌이라도 무겁겠소? / 늙는 것도 서럽다 하는데 무거운 짐까지 지셔야겠소?

 

 [창작 배경]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인 정 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재직하였던 1580년(선조13) 정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백성들을 계몽하고 교화하기 위하여 지은 작품이다. 송나라 때 진고령(陳古靈)이 백성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조목별로 쓴 '선거권유문(仙居勸諭文)' 13조목에다, 군신(君臣), 장유(長幼), 붕우(朋友) 3조목을 추가하여 각각 한 수씩 읊은 것으로, 유교의 윤리를 주제로 한 교훈가이다.

 [이해와 감상]

 '훈민가'가 계몽적 · 교훈적 노래이면서도 세련된 문학으로 설득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언어 형식에 있다. 유교적 윤리관에 근거한 바람직한 생활의 권유라는 주제를 표현하되, 현실적 청자인 백성들의 이해와 접근이 용이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중국 문학에서 차용한 한자 · 한문이 거의 없다. 어법에 있어서도 완곡한 명령이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청유의 형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 지은이가 이런 언어 형식을 취한 것은 통치자로서의 명령적, 지시적 태도를 버리고 인간적인 데에 호소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 결과, '훈민가'는 훈민(訓民)이라는 목적 의식에서 지어진 많은 시조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고, 친근감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 리]

성격 : 연시조, 훈민가(訓民歌), 교민가(敎民歌), 교훈가

▶ 전체 구성

    제1수 - 부의모자(父義母慈)

    제2수 - 군신 (君臣)

    제3수 - 형우제공(兄友弟恭)

    제4수 - 자효(子孝)

    제5수 - 부부유은(夫婦有恩)

    제6수 - 남녀유별(男女有別)

    제7수 - 자제유학(子弟有學)

    제8수 - 향려유례(鄕閭有禮)

    제9수 - 장유유서(長幼有序)

    제10수 - 붕우유신(朋友有信)

    제11수 - 빈궁우환(貧窮憂患) 친척상구(親戚相救)

    제12수 - 혼인사상인리상조(婚姻死喪隣里相助)

    제13수 - 무타농상(無惰農桑)

    제14수 - 무작도적(無作盜賊)

    제15수 - 무학도박(無學賭博). 무호쟁송(無好爭訟)

    제16수 - 반백자불부대(班白者不負戴)

    ※ 제3수의 '군신', 제9수의 '붕우유신', 제10수의 '붕우유신'은 <선거권유문>에 없는 내용을 추가한 부분이고, '무이악릉선, 무이부탄빈, 행자양로, 경자양반'의 4조목은 채택하지 않았으며, '무학도박'과 '무호쟁송'은 시조 1수의 제재로 용해시켜서 표현함.

창작 의도 : 유교적인 윤리관에 근거하여 바람직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권유하는 데 있었지만, 작가 정철은 사대부 계층의 선험적인 가치체계를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명령하는 어법을 사용하지 않고, 백성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인간관계를 설정하고 정감어린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제재들을 다룬 어떤 작품들보다도 강렬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 '훈민가(訓民歌)'의 특성

① 윤리(倫理) 도덕(道德)의 실천 궁행(實踐躬行)을 목적으로한 목족 문학(목적문학)이다.

② 강원도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한 계몽적이며 교훈적인 성격의 노래이다.

③ 문학적인 운치나 창의성은 적지만. 평이한 말 속에 인정의 기미를 곁들여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④ 고유어를 사용하여 백성들의 이해와 접긍이 용이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⑤ 청유 어법을 활용하여 설득하는 힘이 강하다.

▶ 주제 : 유교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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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산 바라보며 ~                      - 성삼문 -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비록애 푸새엣거신들 긔 뉘 따헤 낫다니.
                                            
                                      <청구영언, 해동가요,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 수양산을 바라보며 백이와 숙제 그들을 한하노라(원망하노라).
  • 차라리 굶어 죽을지언정 고사리를 캐먹었다는 것인가?
  • 비록 푸성귀일지라도 그것이 누구의 땅에 생겨난 것인가? (주나라의 땅에 난 것이 아니던가?)

 [창작 배경]

어린 조카 단종을 밀어 내고 자신이 왕좌에 오른 세조에게서 정국공신(靖國功臣)의 호까지 받은
성삼문이었으나, 의롭지 않은 것을 부끄럽게 여겨 세조의 녹도 먹지 않았다.

이런 심정을 백이와 숙제의 고사에 얽힌 이야기에 비유하여 읊조린 시조이다.

 [이해와 감상]

 한결같이 충신으로 떠받드는 중국의 백이와 숙제를 오히려 원망하면서,
작자 자신의 곧은 충의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세조 아래에서 단종을 향한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굳게 지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 수양산 - 수양대군

    * 채미 - 수양대군이 내리는 녹봉

 [정리]

 ◆ 성격 : 평시조, 고시조, 절의가(節義歌), 충의가(忠義歌)

 ◆ 표현 : 은유법, 중의법, 풍유법(백이와 숙제의 고사 인용)

 ◆ 주제 : 굳은 절의와 지조

 [참고]

 ※ 백이와 숙제를 변호라도 하는 듯한 주의식(朱義植)의 시조

      " 주려 죽으려 하고 수양산에 들었거니

        현마 고사리를 먹으려 캐었으랴

        물성이 굽은 줄 미워 펴보려고 캠이라. "

         ( 굶어 죽으려고 수양산에 들어갔는데  /  설마 그 고사리를 먹으려고 캐었겠는가  /  

           고사리의 성질이 꼬부라진 것이 미워서 펴보려고 캐었느니라.)




이 몸이 주거 가셔 ~                             - 성삼문 -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될까 생각하니
  • 봉래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서 있는 낙락장송이 되어서
  • 흰 눈으로 천지가 덮여 있을 때 혼자 푸르디 푸르게 살아 있으리라.

 [창작 배경]

 작자는 문종의 고명(顧命)을 받은 충신으로,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빼앗는 정변에 대하여 비분강개하여 사육신으로서 단종 복위에 힘쓰고 있을 무렵에 우의적으로 읊은 시조이다.

 [이해와 감상]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서 처형장에 끌려갈 때에 불렀다는 노래로, 단종 임금에 대한 불타는 충성시을 읊은 것이다. 죽어서 저승에 가서라도 충성을 다하겠다는 굳은 절개와 꿋꿋한 성품이 더욱 돋보인다.

'낙락장송'은 자신의 굳은 결의를 표현한 것이며, 종장의 '백설이 만건곤할 제'는 추위에 모든 초목이 다 시들어 버렸을 때를 뜻하기도 하지만, 세조의 불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세상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낙락장송'과 '백설'은 서로 색채적인 대조를 이루는 상징어이며, 종장의 '독야청청'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막다른 골목에 선 극한의 상황에서 뱃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울분과 반항이 담긴 힘이 있는 노래이다. 세상을 굽어보는 푸른소나무의 높은 지조로 살아가겠다는 작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 봉래산 → 발해 가운데에 있다고 전하는 삼신산의 하나. 삼신산이란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인데, 우리 나라의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이른다고도 한다. 삼신산에는 신선들이 살고 있으며 불로초가 있다 하여 중국의 진시황이 그것을 구하려고 동남동녀 3,000명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 낙락장송 → 가지가 축축 늘어진 키가 큰 정정한 소나무

     * 독야청청 → 나 홀로 푸릇푸릇.  절개의 꿋꿋함을 의미함.

 [정리]

 성격 : 평시조, 절의가(節義歌)

 표현 : 상징적 표현, 결의에 찬 어조

 주제 : 굳은 절개와 결의. 임금에 대한 충절






이 몸이 주거 주거  ~                        - 정몽주 -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현대어 풀이]

  • 이 몸이 죽고 또 죽어 백 번을 되풀이 해서 죽어서
  • 백골이 티끌과 흙이 되어 영혼이 있거나 말거나
  • 임(고려 왕조)을 향한 일편단심의 충성심만은 변할 줄이 있겠는가?

 [창작 배경]

 이성계가 역성 혁명을 추진하고 있을 때, 고려 충신인 포은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려고 이방원이 <하여가>를 그에게 보냈으나, 정몽주는 그것에 대한 화답가로서 이 <단심가>를 지어서 읊었다고 한다.

 [이해와 감상]

 이미 기울어가고 있던 고려 왕조이지만 끝까지 굳은 결의를 지키려는 유학자의 자세가 나타나고 있는 작품이다. '죽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그야말로 가혹하리만큼 냉철한 결단이다. 한 번밖에 없는 죽음을 백 번을 되풀이 해도, 한 번 굳힌 마음에는 털끝만큼도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복법과 점층법을 써서 그 어떠한 것에도 굴하지 않을 충절을 다짐하고 또 다짐함으로써, 고려왕조에 대한 일편단심에 대한 단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느 한 구석에도 타협의 여지가 없는, 변함없는 충절을 노래한 시조로서, 500년을 내려오면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지고 있는 불후의 작품이다.

 [정리]

 성격 : 평시조, 단심가, 절의가

 표현 : 반복법, 점층법, 과장법, 설의법, 영탄법

 주제 : 고려왕조에 대한 충절(일편단심)

 □ 참고 :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에 대한 화답 시조




충성스러운 신하, 또는 충절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시조 세 편인데 모두 내가 학창시절부터 참 좋아해서 외우고 있는 시조들이다. 어쩜 이렇게 멋있게 써내려왔는지.. 우리 선조들은 참 글재주도 좋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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