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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거리/영화랑 드라마

정조 열풍 - '이산, 한성별곡, 정조 암살 미스테리 8일'에서 정조 이미지

by 파란토마토 2007. 11. 20.

최근에 정조대왕 사망 당시의 정황을 가공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다룬 드라마 '한성별곡'과, 세손 시절로부터, 영조 사망 이후, 우여곡절 끝에 왕이 되는 과정까지를 포함한 '이산', 케이블 TV CGV에서 10월 말부터 시작한 드라마 '정조 암살 미스테리 8일'(이하 8일)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는 것을 보며,  언론에서는 '정조 열풍'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면서 열심히 비교하고 있는데 나 역시도 '누가 제일 나을까, 어떤 사람이 잘 어울릴까, 각자 어떻게 다룰까?'에 대해서 궁금했으니 사람 심리는 다들  비슷한가 보다.


한성별곡은 제대로 보지도 않았고, 이산은 진행 중이고, 8일은 이제 막 시작했으니 제대로 된 작품성 비교를 하기에는 이른 것 같고, 단지 주요 인물들의 외형적인 이미지에 대해서 느낀 점만 적어 보련다.


1. 정조

한성별곡 : 안내상씨는 음란서생에서의 찌질한 임금 역과 소문난 칠공주에서의 찌질한 재혼남(왕선택?) 역 때문에 한번도 멋있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한성별곡에서는 고뇌하는, 한맺힌 정조 임금을 잘 표현한 것 같다.

8일  : 김상중씨는 늘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했지만 근래 들어서 두사부일체 시리즈 + 내 남자의 여자에서 매일 감자타령, 밥타령하는 바람난 교수 역할 때문에 왠지 모르게 좀 웃겼지만 역시 연기파 답게 뭐든지 잘해내신다. 사진만 봐도 카리스마가 좔좔.

이산 : 이서진씨는 다모에서말고는 한번도 멋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사극 맵시는 역시 기대 이상이다. 안내상씨는 단순히 지적인 문인군주로서의 모습만 보여주었다면, 이서진씨는 다재다능한 무인군주로서의 모습도 손색없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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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조

한성별곡 : 안나오심.

8일  : 한중록에 나온 이미지와 비슷한 변덕스럽고, 치매끼 마저 있는 이미지를 고른 것 같다. 영조는 그간 사극에서 굉장히 정없고 노망끼 넘치는 모습으로만 그려졌는데 이런 인식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

이산 : 내가 상상하던 영조의 모습과 가장 흡사하다. 혈육의 정에 이끌리면서도 경종 독살설이라는 원죄의 중심에 서있는 만큼 권력 앞에서는 냉정한 모습, 신하들 앞에서는 노회한 정객 + 백성을 두루 살피는 어진 임금. 세손 입장에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자 그나마 기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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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순왕후

한성별곡 : 내 생각과 좀 달랐다. 정애리씨의 연기나 모든 것이 흠잡을 데 없었지만 너무 대놓고 사악한 이미지라서 다소 위화감이 들었다.

8일  :  아직 못봤다. 보고 나서 추가 예정.

이산 :   여기서의 김여진씨 모습이나 이미지는 전혀 상상도 못한 이미지인데, 정말 설정을 잘 한 것 같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달랐으니 영조가 확실히 속아 넘어간 게 아닐까.. (이건 작가의 생각인지 이병훈 피디님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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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혜경궁 홍씨

한성별곡 : 안나왔음.

8일 : 정애리씨.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같은 시대를 다룬 사극 한성별곡에서는 정조를 해치려하는 정순왕후로 출연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얼마 전의 드라마에 한 번은 양계조모(양 새 할머니;;)로, 한 번은 정조의 친모로 나오니 이것도 재밌는 인연이다. 그런데 우찌된 것이... 정순왕후로 나올 때랑 별 구분이 안된다. 작가들은 더이상 혜경궁 홍씨가 '하늘아 하늘아'에서 하희라가 맡은 불쌍한 피해자로만 보이지 않는가 보다.

이산 : 대장금의 최고 악역 최상궁으로 나왔던 견미리씨. 그녀는 피해자가 가해자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다. 그저 남편에 대한 태도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세손에 대한 모정만은 살아있는 어머니로 나오는데, 이는 제작진들이 그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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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조(세손) 암살 혹은 각종 꿍꿍이를 꾸미기 위한 회합 장면

한성별곡과 이산에서 보여주는 구도가 거의 똑같은데.. 이는 고증인지(우째 알고?) 아니면 우연히 겹친 것인지, 아이디어의 부재로 복제한 것인지 궁금하다. 어쨋든 둘 다 멋있지만 멀리서 보여주는 구도는 한성별곡이 한 수 위, 가까이서 긴장감 조성하는 데는 이산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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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회합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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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별곡 회합장면

 


6. 드라마 포스터.. 셋 다 멋있다.

얼핏 본 바로는 세 드라마 모두 색감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아름답고 우아하다. 어두운 시대의 비밀스러운 사건을 다루기에 극의 분위기도 차분하고 잔잔하다. 형광등 켜논 듯한 S사의 사극팀은 이런 것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한성별곡 : 정조가 주인공이 아닌 만큼 사랑하는 세 남녀를 내세운 슬픈 분위기를 보여 주고,

8일 : 아직 내용은 모르지만 거대한 음모가 있는 듯한 느낌의 구도이고,

이산 : 대장금을 연출하신 이병훈 감독님 답게 포스터에서 왠지 꿈과 희망이 넘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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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방송사에서 시청자를 놀리는 것인지 계속 작품이 겹치고 있다. 작년에는 황진이, 올해는 정조, 내년에는 일지매랑 세종대왕까지. 골고루 좀 보여주면 어디가 덧나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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