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쫑에 대한 글을 하나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줄줄이 사탕이 되는구나... (근데 시리즈를 우리말로 줄줄이라든가.. 바꿔서 쓰면 안될까? 너무 웃긴가? ㅋㅋ)
쫑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면서 나는 점차 동물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딱히 싫다기 보다는 가까이 하는 것을 꺼려했다는 게 정확하다.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는 개나 고양이가 무섭고, 더럽다고 생각했다.
이건 위생개념이 생기면서 병이 옮을까봐 두려운 것도 있었고, 주위에서 만난 개들과의 안좋은 기억 때문이기도 했다. (쓸데없는 변명을 닥치라고 하시면 저를 두번 죽이는 거에요!!)
개에 대한 안좋은 추억
1. 자주 놀러가던 친구집 개가 나를 볼 때마다 목의 핏줄이 불거져 나오도록 짖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친구집에도 가기가 싫었다. 내 친구는 "괜찮아. 괜찮아.. 해치지 않아.." 는 아니고^^; '물진 않는다' 고 했지만 그 말을 누가 믿겠냐고!! 목줄이 끊어져라 나를 향해 달려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 안문다고 누가 믿겠냐고요!!
2. 골목길에서 나는 내 길을 가고 있건만 대문 안에서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 집 앞의 문패 밑에 붙어있던 "개조심"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개를 어떻게 조심합니까?? 자기들이 목줄 안끊어지게 조심해야지, 나를 향해서 돌진하는 개를 사람이 무슨 수로 피하냐고요.. (그레이하운드 평균 속력 - 67km/h , 빠른 사람 평균 속력 - 23km/h)
3. 이런 일들로 개에 대한 두려움만이 커져있던 나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큰 개 한 마리... 나는 파랗게 질려있는데 데려갈 생각도 않고 고상한 목소리로 "이리 와~ 이리 와~"만 반복하는 개주인.-_-;;;;; 아무리 자기네 개가 순하고 이뻐도 남들한테는 무섭다고요.. -_ㅜ
이렇듯 개에 대한 인식이 안좋았기 때문에 개의 본분이라 생각했던 도둑 지키기도 못하고, 사람보다 더 호의호식하며 집안에서 사는 애완견에 대한 나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TV 동물농장에서 개랑 같이 이불 덮고 자는 사람들을 보면 개를 집안에서 키우면 그 냄새는 어쩔 것이며, 그 털은 어쩔 것인가.. 생각하며 신기해했는데, 언니집에서 키우는 말티즈 한 마리 덕분에 개에 대한, 아니 동물에 대한 나의 인식은 확 바뀌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는 까꿍이도 무서워했지만 성격이 얌전하고 똑똑해서 곧 까꿍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손, 앉아, 엎드려, 기다려, 가져와, 곰돌이 어딨어?, 빵야!! 등등의 말귀를 알아듣고 따라하는 까꿍이가 신기하고, 청소기만 보면 무서워서 덜덜덜 떠는 모습도 너무 귀여운거다.
처음에는 까꿍이를 만지는 것도 찝찝해서 늘 발로 만져주곤 했는데 나의 발길이 싫었는지 까꿍이가 자꾸 도망을 다녀서 난 소세지로 까꿍이를 유인해서는 발로 꿍이를 주무르곤 했다. (언니 말로는 맨날 까꿍이를 피해다니다가 술에 취하자 까꿍이를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아서 황당했다고 한다.ㅋㅋㅋ)
까꿍이는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동물과의 교감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요즘도 동물을 만지고 나면 꼭 손을 씻지만 예전에는 나에게 꼬리치는 애들도 무서워서 도망갔지만 이제는 귀엽고 순한 애들은 꼭 만져보고 싶다. 떠돌이개나 길고양이를 보면 정말 무서웠는데 이젠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변하긴 변했다.
까꿍이 이후 작은 언니네 조카들이 강아지 키우자고 난리가 났고, 결국 조카가 잡종 강아지를 두 마리나 얻어오는 황당한 일도 생겼고 언니는 어쩔 수 없이 마당에서 얘들을 키우게 됐지만...
결국 얘들을 키울 여력이 되지 않아 다른 데로 보내버렸는데.. 얘들이 너무 순하고 이뻐서 나는 진돗개보다 똥개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음식쓰레기통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는데 녀석은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로 깡말라 있었다.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는걸 보면 길고양이 치고는 넉살도 좋은 것 같은데 왜 그리 못얻어먹었을까. 예전같으면 내가 먼저 도망갔겠지만 (나는 고양이도 개처럼 사람에게 먼저 덤비는 줄 알았다.) 그땐 뭐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불쌍한 마음에 얼른 집에 가서 물에 불은 멸치를 가지고 왔더니, 글쎄 이 녀석이 내 옆으로 와서 냄새를 킁킁 맞는 것이다. 에구. 배가 많이 고픈가 보다 생각했지만.... 왠걸?? 이 넘이 냄새를 맡고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음식쓰레기통 위로 냉큼~ 올라가는 것이다.
'얼씨구~ 요놈 봐라?? 배가 덜 고팠네." -_-;; 라는 생각이.ㅋㅋㅋ
기가 막혀서 쳐다보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오시더니 그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비야. 뭐 좀 줄까?"
"야~~옹" (이라고 쓰고 "빨리 줘. 빨리 줘! 배고파 죽겠어." 라고 읽는다.)
그 아줌마는 통 안에서 살이 조금 남은 통닭 조각을 꺼내주었고, 고양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난 속으로 '앗.. 개나 고양이한테 저렇게 진한 양념은 해로운데.. 더구나 뼈도 있을텐데...'라고 걱정했지만 내가 키울 것도 아니면서 배 곯는 애 먹을 거 하나라도 주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고기 얻어먹는 나비.
나는 순전히 그 아줌마가 그 고양이를 '나비'라 불렀다는 이유로 그 애를 나비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나비가 근방에 출몰한지 몇 개월이 지났으며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비는 사람을 피하지 않아서 꽤 유명한 고양이였고, 나비, 살찐이, 야옹이, 고양이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다행히 이 동네에는 고양이를 병적으로 싫어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후 나는 나비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며칠에 한번씩 가다가 점점 더 자주 가게 되어 나중에는 하루에 두 번 간 적도 있었다. 그 뒤로도 멸치를 몇 번 줘봤지만 그 때마다 나비의 반응은 심드렁~했고.. 나는 '멸치를 싫어하는 고양이도 있다!' 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짜식... 얻어먹는 주제에-_- 까다롭기도 하네. 살찐이는 멸치를 얼마나 좋아했는데-_-;;)
처음에는 남는 음식(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 위주로 갖다줬지만 못만나는 날은 그대로 놔두게 되면 음식냄새 때문에 주변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그대로 버려야 했다. 그래서 사람 먹는 음식에서 사료로 대체했고, 밥을 주는 장소도 음식쓰레기통 옆에서 좀 떨어진 놀이터 안으로 옮겼다. 내가 놀이터 안에서 나비랑 같이 있을 때면 가끔 쓰레기 버리러 왔다가 나비를 찾는 목소리(에이.. 오늘은 고양이 없네.)를 들을 때도 있다.
나비는 길냥이치고는 넉살이 좋았지만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다. 사람에게 친근하게 구는 길냥이들은 보통 애교가 아주 많은 편인데 나비는 그런 면에서 참 뻔뻔한 놈이었다.
내가 밥주러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야~~옹" (배고파 죽겠네. 왜 이제 와.! ) 하고 다가오지만 그럴 때 외에는 목소리 듣기도 힘들고 밥 먹느라 밥준 나에게는 신경도 안쓰더니 밥준지 1년이 넘어가니 이젠 밥 다 먹고 내 옆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거나,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비부비 거리거나, 꼬리로 나를 탁탁 치기도 한다. ㅋㅋ
나비 최고의 애교 - 마구 뒹굴기
그래, 그래, 거기 잘 좀 만져봐.하는 표정의 나비ㅋㅋ
작년 겨울에는 만나기가 힘들어서 밥주기를 게을리했더니 살이 다시 쏙 빠졌지만 요즘은 월동 준비하라고 열심히 주는 편이라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내 친구 하나는 불쌍한 길고양이로 상상을 하다가 실물을 보더니, "야야.. 저게 무슨 나비냐. 돼지지. 이젠 밥 고만 줘라. 얼굴 터지겠다." 라고 했다. ;; ㅋㅋㅋ
토실토실 토끼같은 나비
그런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것은 처음의 즐거움과는 달리 점점 부담으로 다가온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져도 쉴 곳이 없는 길냥이 신세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한 생명을 내가 거두고 있다는 왠지 모를 보람과 알량한 뿌듯함에서 점점 더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어차피 집고양이들 수명의 반에 반도 못사는 길냥이,, 배라도 불려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했건만 내가 없으면 어떡하나, 혹시 나 때문에 먹이 구하는 방법을 잊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내가 얼마 후 거주지를 옮겨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다. 이제 겨울도 다가오는데.. 길고양이라서 많이 먹지 못하면 겨울에는 얼어죽을 수도 있고.. 처음처럼 그렇게 말라갈 것을 생각하면 참 심란하다. 또한 밥주던 내가 안오면 동물은 이유도 모르고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 이런 이유로 해서 자생력을 잃을까봐 일부러 며칠 걸러서 밥을 주기도 하지만 이래 저래 걱정돼 죽겠다.
쫑 이후에는 개 이외의 다른 동물도 가까이 지낸 적이 없다. 이것은 쫑을 못잊어서가 아니라 우리집에서 동물을 키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짧은 인연이나마 적어보자.
2. 어느날 육계장(?)이 되어 돌아온 중닭 한마리.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어디서 얻어온, 아니 선물 받은(?) 닭 한 마리를 잠시 키운 적이 있다. 어머니는 아직 병아리라고 했지만 병아리도 무서워하는 내게 중닭은 병아리가 아니라 닭이었다.;;;
이 사진을 보면 중닭의 개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에 덩치가 좀 작고, 닭벼슬이 거의 나지 않은 닭이 중닭이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중닭은 보통 닭보다 확연히 크기가 작고, 소리가 삐약도 아니고 꼬꼬댁도 아닌 것이.. 그 중간쯤 되며, 외모는 병아리보다는 성계에 가깝지만 전체적으로 중닭이랑 성계랑은 조금 다르긴 하다.
어머니는 오래 키우면 정들까봐 그랬는지 며칠 지나지 않아 얘를 잡아서 국을 끓이셨다. 학교 다녀오니 닭은 사라지고 국만 남았다는;;; 우리집 식구답게 소심하고 겁많은 어머니는 기르던 닭을 차마 잡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다 손질해준 걸 받아서 요리만 했기 때문에 어머니도 많이 안무서워했던 것 같다.
개미 한 마리라도 죽는 걸 보는 건 찝찝하건만 아무리 잠시라도 집에서 보던 생명을 잡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인정머리랑 개념이 통째로 없었던 나는 그 닭이 죽었다는데도 슬프지도 않았다. -_-;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용감했는지;; 무식했는지;; 다 손질된 후, 닭 뱃속의 작은 계란 노른자를 피하지도 않고 본 기억도 난다.
웃긴 것은 닭이 죽었다는데 슬퍼하지도 않았으면서 국은 먹기 싫었다. 어머니가 한 숫갈만 먹어보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먹었던 나도 참 웃기지 않남.ㅋ 한 가닥 남은 의리인가.
3. 하얀 고양이 살찐아... 너무 몰라서 미안해..
그 후 내가 꽤 나이를 먹었을 때 어머니는 식당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우리 식당이 있던 장소가 시골은 아니었지만 옆 마을이 거의 공터 수준이라서 시골이나 마찬가지였다. - 우리는 그런 곳을 시골이라 말하고, 촌동네라고 해석한다.ㅋㅋ -
우리는 우선 엉성한 임시 구조물을 주방으로 꾸리기 시작했는데, 이 놈의 쥐들이 여간 극성이 아니라서 청소와 위생 유지가 너무 힘들었다. - 그래도 우리 어머니가 워낙 깔끔해서 위생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
병적으로 청결에 집착하시는 어머니가 아무리 조심을 해도 워낙 구멍이 많으니 우리는 쥐가 들어올까봐 늘 불안에 떨어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을 못하겠다며 근처 건강원에서 하얀 중고양이 한 마리를 '사'가지고 오셨다. 고양이는 악물 짐승이라며 그리도 무서워하던 어머니가 고양이를 데려오다니. 쥐보단 고양이가 좋은가 보다.ㅋㅋ (어머니가 안사왔으면 이 고양이는 신경통 약용으로 솥에 들어갈 운명이었다.ㅜㅜ) 사람에게 길이 안들어 사납다고 했는데,들고양이로 살던 것을 건강원에서 잡은 모양디다.
지금 생각하니 신기하다. 우리나라 토종 고양이 중에서 흰 고양이는 없는 거 아닌가? 게다가 들고양이로 자유롭게 살다가 사람에게 잡힌 것 치고는 너무 예쁘고 소심했다. 어쨋든 어머니는 그 고양이를 예로부터 전해오던 대표 고양이 이름인 살찐이로 부르기로 했다.
처음에는 살찐이의 안정을 위해 골방의 상자 안에 있게 해주고, 모래상자와 밥만 갖다줬는데, 며칠이 지나자 나를 더이상 적이 아니라고 인식한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손을 뻗어보아도 더이상 피하지 않았고 내가 있어도 밥을 잘 먹었다.
살찐이는 들고양이라기엔 너무 얌전하고 소심했지만 그 녀석의 출신이 들고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게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쥐를 기똥차게 잘 잡는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크기로 보아 많이 잡아도 6개월인데 살찐이는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만 나면 귀를 쫑긋 세우고 얼음! 자세로 소리의 출처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감 잡았다' 싶을 때는 야~옹하고 크게 울었는데 그러면 제 아무리 미친 듯이 뛰고 떠들던 쥐들도 마치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ㅋㅋㅋ
1. 우와.. 고양이는 정말로 쥐의 천적이구나!
2. 쥐 죽은 듯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다.!ㅋㅋㅋ
3. 고양이 울음소리 한 번에 사방이 평정되는걸 보면 그 옛날 산에서
호랑이 울음소리 한 번에 온 산이 조용해졌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구나.;;
살찐이가 쥐잡는 광경은 정말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징그러웠지만 하도 신기해서 몰래 훔쳐본 바로는) ...
자신의 아지트로 쥐 한마리를 살짝 물고 와서 잡지도 않고 게속 지켜본다. 쥐는 처음에는 놀라서 얼어 있다가 살찐이가 다른 곳을 본다고 생각하면 탈주 시도를 하는데 그러면 0.1초만에 살찐이의 레프트훅, 라이트훅, 어퍼컷에 연속으로 두들겨 맞고 또 한참 뻗어있고, 살찐이는 다시 관찰하고.. 쥐는 다시 탈주를 시도하다가 맞고 기절하고... 이것의 반복이다. 그러다 막판에 궁지에 몰리면 쥐도 살찐이에게 반항을 하는데 그게 명을 더 재촉하는 것이라는 걸 쥐는 모르고 덤볐을 것이다. ㅋ
살찐이는 마치 비호처럼 쥐를 잡았는데, 날뛰던 쥐들의 숫자에 비해서 잡은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집에 고양이가 산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온 동네 쥐들에게 다 퍼져서 살찐이가 우리집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우리집 근처에서는 쥐꼬리도 찾을 수 없었다.ㅋㅋㅋ
나중에 살찐이가 완전히 마음을 열었을 때는 아침마다 우리가 자는 방 현관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다가 방문을 열면 "야~옹"하고 울면서 우릴 따라다녔다. 내가 살찐이를 쓰다듬어 주면 살찐이는 나를 핥아주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고양이의 그루밍(털고르기) 개념인지도 몰랐던 나는 살찐이의 그런 행동이 징그럽기만 했다. 고양이 자체도 아직은 무서웠고 까칠한 혓바닥의 감촉도 소름끼쳤고, 쥐를 잡던 애를 가까이 하기가 꺼려져서 살찐이가 나한테 오면 나는 늘 도망다녔다.
살찐이가 낳은 새끼들
살찐이는 우리집의 쥐를 다 쫓아주고, 동네 들고양이 숫놈이랑 바람이 나서 애까지 낳아줬지만 우리집에서 끝까지 살지 못하고 결국은 쫓겨났다. 아니 가출한 건가?
살찐이가 자꾸만 모래그릇이 아닌 바닥에 똥오줌을 싸서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심하게 쳤던 어느날, 살찐이는 평소처럼 외출을 나가서는 집으로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ㅡ.ㅜ
나중에 고양이에 대한 지식을 좀 더 찾아보니 살찐이한테 참 미안했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깨끗한 새 모래가 필요한 지도 몰라서 모래를 갈아준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_-;
살찐이는 정말 착하고 순한 고양이였는데 우리가 너무 무지해서 참으로 푸대접을 받고 살았다. 무서워서 제대로 만져주지도 못했으니 ㅡㅡ;;;
내 나름대로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동물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보니 미안한 기억 밖에 없군. -_ㅡ;;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쓰려니 살짝 두려워지려 한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보니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은 많다;; 는 것이니.. 어찌나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들이 많던지.. 글 쓰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ㅜㅜ
누가 내 글을 읽어줄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나의 길을 가련다~
My Way~~!♪
우리집에서 제일 먼저 만난 동물...
쥐는..... 똑같은 포유류에 털도 많이 달렸지만 사진으로만 봐도 징그러워할 정도니 생략하련다..;;;;
1. 영원히 잊지 못할 이름, 쫑.
어디서 났는지,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기억 안나는데 진도개를 닮은 하얗고 아주 이쁘게 생긴 개였다.
(또래 중에서도 유난히 작았던 내품에 쏙 들어온 쫑, 굉장히 작은 개였나 보다.)
나는 쫑을 아주 좋아해서 늘 쫑~! 쫑~!! 을
부르며 쫑 뒤를 쫓아다녔는데 녀석은 그게 귀찮았나 보다. 어머니에게는 시장보러 잠시만 나갔다 오셔도 땅에 뒹굴고 구르고 헤드스핀을 하는 그 녀석의 필살기로 온갖 오도방정을 떨면서 열렬한 환영을 했던 것에 비해 나에게는 그런 환영도 해주지 않았고 나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카리스마도 없고 지 좋다고 귀찮게 따라다니는 어린애가 안좋은 게 당연한 건데 어린 나는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를 열렬히 반기지 않는 쫑에게 앙심을 품고 이런 저런 못된 짓으로 쫑을 괴롭혔으니... 쫑 생각을 하면 그저 미안할 뿐이다.ㅜㅜ
쫑은 요즘 애완견들과는 달리 마당에서 살았기 때문에 서열 개념이 확실해서 어린 나에게도 공격적으로 으르렁거리진 않았지만.. 나는 그때 속이 좁았나 보다.
나는 쫑이 나를 향해 짖거나 삐딱하게 굴면 쫑의 긴 주둥이에 고무줄을 묶어서 짖지 못하게 만들어 놓기도 하고, 복수인지 상인지... 너무 끈적거려서 사람도 먹기 힘든 캬라멜을 주고 쫑이 낑낑거리며 캬라멜과 씨름하는 모습을 깔깔 웃으면서 보기도 했었다. (원래 순수한 어린이들이 더 잔인한 법.-_-) 쫑.. 미안해.ㅠ.ㅠ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아무 생각없이 쫑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를 갔다 오니 쫑이 없어진 것이다.!!!! 아니.. 놀란 나는 어머니께 쫑이 어디갔냐고 물었는데 우리 어머니께서는 쫑이 길을 잃어버렸는지 집에 안온다고 하셨지만... 뭔가 이상했다. 나랑 늘 산책을 같이 하고 집에도 같이 오던 쫑이 별로 복잡한 지리도 아닌 우리집을 못찾을 리가 없는데.. 길을 잃어버리다니.... 바보.ㅜㅜ 하고 울었는데 얼마 후 쫑이 돌아왔다.!!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쫑을 끌어안고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쫑이 돌아온 게 너무 기뻐서 펄쩍 뛰고 난리였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의외로 쫑의 귀환을 그다지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그냥 약간 반가워하는 정도라서 참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른들은 원래 저런가 보다..' 라고만 생각했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뒤로는 쫑을 괴롭힌 기억은 없다.
그러나.... 나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안았다.
얼마 후 쫑이 다시 사라진 것이다.
나는 울고 불고 쫑 어딨냐고, 쫑 찾아달라고 떼를 썼다. 어릴 때부터 한번도 떼를 쓴 적이 없는 내가 그런 행동을 하니 어머니께서 적잖이 당황하셨고, 그냥 '좋은 곳에 멀리 갔는데 잘 살 것이다.'라고만 말하며 나를 달래셨다. 하지만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나를 설득하셨다. 어머니가 얼마 전에 무슨 점 같은 걸 쳤는데 '집안에 하얀 짐승이 있으면 재수가 없으니 그 짐승을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멀리 보내야만 했으니 잊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래도 도통 말을 듣지 않고 울면서 쫑이 어디로 갔는지라도 알려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그 후 어머니는 나에게 진실-_ㅡ을 알려주셨는데.. 그것은 처음에 쫑이 없어진 일도 쫑이 지 발로 나간게 아니라 일부러 버린 것이었다는 사실.!! 아버지가 쫑을 데리고 나가서 우리집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학교 앞 전봇대에 묶어놓고 왔는데 어떻게 알고 집을 찾아온 것이다. 쫑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 아버지가 기뻐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제와 추측컨데, 하얀개 이야기도 말도 안되고, 멀리 보냈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먹고 살기도 힘든 시기에 온 마당에 똥오줌 싸는 개까지 거두기가 힘들어서 버린 것 같다. 어머니는 쫑을 잘 키울 수 있는 다른 집에 데려다 줬다고 했지만... 아마도 그냥 유기견 신세가 되어 거리를 떠돌다가 죽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집 안에서 자랐어도 그 세월이면 벌써 죽었겠지만 떠돌아 다녔으니 고생 끝에 병걸리거나 굶어서 더 빨리 죽었을 것 아닌가..
나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쫑을 잊지 못해서 울곤 했는데, 1년 뒤에도 내 그림일기에는 쫑이 보고 싶다면서 우는 그림이 제법 자주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