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만큼 전국민의 가슴을 적셔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느 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다는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초인적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부모에게 돈이나 재능을 물려받거나, 단지 행운의 연쇄적용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서는 성취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연아가 우리 시대 영웅 가운데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린 아직 영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지만, 그렇다고 처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미는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를테면, 이른바 스포츠 영웅들을 대하는 미디어의 시선이 불편할 때가 많다.
"CF로 돈을 벌려면 현역이 훨씬 유리하니까 은퇴 않고 버티는거야."
김연아의 선수 생활 연장을 두고 뒷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옴표속 한 마디는 몇몇 기자들로부터 꽤나 여러 번 들은 얘기다. 나도 첨엔 솔깃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면 뒷담화를 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또 다른 이유를 들어 비슷한 비난을 했겠지. 김연아의 교생실습 논란도 비슷하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교생 실습 한다고 다 교사를 하려는건 아니다. 또 김연아 정도 되는 인물이 소리소문없이 교생 실습을 할 수 있었을까? 첫날의 대대적인 프리미어가 없었다면, 아마도 많은 매체들이 학교 앞에 장사진을 쳤을거다. 맥주 CF 논란도 그렇다. 다들 맥주 안마시나? 그게 그렇게 유해한 음료인가? 교생 실습과 맥주 CF의 상관 관계는 과연 무엇인가.
요즘들어 우리 사회가 스포츠 영웅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늘 하던대로 운동'만' 하며 선수로 뛰고 후진 양상에 매진하는 것만이 박수받을 일인가. 그가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에 심정적 채무를 진 것은 오히려 우리가 아닐까 싶은데, 우리네 정서는 그가 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순간 채무자에서 채권자로 돌변한다. "내가 준 환호로 돈을 벌다니."
김연아의 앞길에 어떤 의무감을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 좀 더 공인(!)답게, 영웅답게. 하지만 그 길의 방향과 내용은 누구도 구체적으로 적시해줄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의 각기 다른 마음들은 그가 '사인'으로서 결심하고 행동할때 딴죽만 걸 뿐이다.
나는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 짊어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 올림픽에서의 그 절창 하나만으로도 그는 우리에게 충분히 많은 것을 주었다. 그 뒤로 그가 누리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저 최소한의 염치만 가져준다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때로 팬들은, 스타에게 보낸 애정을 자신이 차지한 지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논문을 표절하는 등의 편법을 저지르거나 반사회적인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게 아니라면, 그의 개인적 선택에 우리가 일일이 책임을 물을 이유는 없지 않나 싶다.
아이스쇼만 하고 다니면 좀 어떤가? 그리고 CF로 돈 좀 벌면 안되나? 어린데다 여자여서 받는 질시와 오해도 많지 않나 싶다. 하지만 김연아는 영웅이고, 그를 보는 시선을 일반률에 근거하는건 그리 현명하지 않은 것이란 생각을 한다. 마냥 떠받들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우리도 이젠 스포츠 영웅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라보고 아끼며 독려할줄 아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을 뿐..
출처 : http://www.twitlonger.com/show/i51j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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